같이 걷는 사람의 팔짱을 끼는 걸 좋아한다. 여전히 엄마와 같이 걸을 때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다. 그런데 코로나가 왔다. 나의 손이 머쓱해졌던 1년이었다. 스물몇 해를 자연스럽게 했던 행동들이 위험이 되었던 때였다. '거리를 두어도 마음은 가깝게'라고들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쉽지 않았던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을 때, 누구든 안아줄 수 있는 곰이 참 부러웠다.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곰은 자신이 안아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안아준다. 그렇게 솔직할 수 있는 곰이 부러웠다. 어째 쓰다 보니 부럽다는 말 투성인데, 그랬다. 솔직한 점도, 안아줄 수 있다는 점도 부러운 존재였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니 오래지 않아 곰의 여정이 끝났다. 이 책 속에 살아 있는 곰과 함께인 이들이 부러웠다. 누구에게는 지나갔던 마음일지라도, 언젠가는 곰이 찾아와 위로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런 착한 곰 한 마리가 있다면,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름의 무게>였다. 망치를 안고 있는 일러스트를 먼저 보고, 이게 왜 '이름'과 관련 있나 싶었다. 글을 읽고 나서는, 무서워도 자신을 두들기는 그 모습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을 뚜렷한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많은 가정의 가장은 아빠이고 남성이지만, 여기서는 망치로 표현함으로 하여 1인가구를 꾸리는 청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 등 누구나 가장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울타리를(거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두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호종료아동이 생각났다. 열여덟 살이 되면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아가야 한다던 아이들. 자신의 삶을 홀로 이끌려고 노력하는 그 아이들도 한 명의 가장이고, 하나의 망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의 무게>는 내게 그렇게 여러 가정의 모습과 여러 가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마음에 박혀 있는 글이었다.
참 따뜻하고 부러운 마음이 들게 하는 한 권의 책이었다.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여서 그런지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다. 오늘의 힐링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