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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r 28. 2021

[독서기록] 슬의2 예습:독서편

압듈라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읽고

슬의2 예습:독서편
-압듈라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읽고


자연과학 코너에서 눈에 띄는 책이었다. 문과인 내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책들만 쌓여 있는 이 코너에서,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만화'라는 단어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서, 해부학은 물론 과학을 하나도 몰라도 읽을 수 있겠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책을 다시 서가에 내려놓지 않은 이유는, 올해 방영 예정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2>를 위해서다. 의학드라마는 그 특성상, 의학용어 그대로를 쓰는 경우가 많고 자세한 설명은 주석으로 표시된다. 개략적인 스토리만 알아도 넘어갈 수 있지만, 모든 팬이 그러하듯 조금이라도 더 아는 상태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1>을 보고 나서, 의사들이 운영 중인 유튜브에서 리뷰를 찾아보았다. 그때가 복습이라면, 지금의 독서는 예습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묘하게도 '맺음말'이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이곳저곳 좋지 않아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봤지만 정작 쓸 만한 정보는 별로 없었지요. 다만 여러 의사 선생님들에게 얻은 정보를 한 조각 한 조각 모으며 어렴풋이 '세계사를 알려면 세계지도를 알아야 하듯, 내 몸을 알고 싶으면 몸의 구조부터 알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_맺음말 중에서

압듈라 작가의 그림을 보며, 유머러스하다고만 생각한 게 부끄러워졌다. 이 만화는, 그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연구하고 탐구한 자료였다. '만화'가 이 책을 집어들게 한 이유였으면서도, 잘 읽힌다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한 나를 반성하게 했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문단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척추와 신경계의 캐릭터였다. 허리를 탈출하는 척추의 모습과 늘 예민한 신경계의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심장의 왕관 모양이나, 신경계가 뉴런을 들고 다니는 설정 등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해부학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그림체의 삽화가 거의 없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만화스러운 필체지만 적확한 신체를 그려넣음으로, 보는 재미와 지식을 섭취하는 재미를 모두 잡았다고 생각했다. 징그러워서 해부학을 읽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일본 만화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지나친 일본 만화가 차용되었다는 점이었다. 중간중간의 일본어 드립 등이 마냥 좋게만 읽힐 수는 없었다. 그런 부분의 수위 조절이 조금 더 잘 만져졌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경계, 심장, 뼈를 모두 여왕으로 표현했는데, 이런 것 역시 일본만화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아는 만화들이 많아서, 일본 만화를 좋아했던 편이어서 나쁘게 읽히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일본책을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들게 했다. 좋으면서도 아쉬운, 미묘한 지점이었다.

마지막 우려를 제외하면, 좋은 책이었다. 일단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풍이지만, 만화 드립이 적재적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당 챕터에 대해서 가벼운 내용만 짚으려는 느낌은 아니어서, 지식의 농도도 낮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편하게 의학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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