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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pr 20. 2021

[독서 기록] 아저씨, 우는 키보드가 처음인가요?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몇 달 동안,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때는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겠다던 원대한 꿈을 가졌건만, 20글자의 문구를 하루 동안 고민해도 써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때 추천받았던 책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이다.

습관적으로 쓰는 글 쓰기 버릇을 찾아내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나의 버릇은 지시 대명사를 남용하는 것이다.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그, 이, 저' 따위를 붙이는 순간 문장은 마치 화살표처럼 어딘가를 향해 몸을 틀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 이, 저'가 한 문단에 섞여 쓰이면 문장은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1> 중에서

내 문장은 나의  줏대 없는 손짓에 헤매고 있었다. 태생이 길치여서인지, 글에서마저 길을 잃는 버릇을 쉬이 고치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 지적받았던 이야길 다시 한번 보니, 마음이 뜨끔해졌다.

삿된 주어들은 지시 대명사나 인칭 대명사로 가리켜지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 그녀, 그것, 그들. 김훈은, 소설 문장에선 금기시하는 반복된 호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체를 오직 이름으로만 불러낸다.
-<말을 이어 붙이는 접속사는 삿된 것이다> 중에서

소설가 김훈과 나의 글을 놓고 보면, '삿된' 표현들이 내 쪽으로 모인 형상이겠다 싶었다. 그는 빼기를 하고 나는 더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리뷰에서는, 나의 글쓰기가 지닌 단점을 하나만 꺼내보았다. 단점을 다 밝히면, 나의 전공과 밥벌이가 무색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성실해지려고 한다. 여러 가지 나쁜 글 버릇을 가지고 있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나의 글을 쉽게 길을 잃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글을 잘 쓴다고 도취된다. 무참히 깨지는 순간에도, 내가 잘 쓴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반항심을 가져 보았다. 그런데 <내 문장이 그렇게도 이상한가요?>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개미인데, 베짱이처럼 지내려고 했다. 반성하고 반성했다.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게으른 표현을 쓰는 것을 지양하고, 글이 길을 잃지 않게 조사의 방향 설정을 신경 써서 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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