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는 남들과 다른 인상의 어기가 상상 속 우주에서 나와 현실 속 지구에 착륙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기가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이야기를 전달한다. 어릴 때부터 아파왔던 동생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던 누나 올리비아, 아들이 자신들의 품에서 나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랐던 어기의 부모님, 친구의 가족이 부러워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한 미란다, 질투를 표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던 줄리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잭 윌. 어기의 시선에서 봤을 때, 올리비아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줌으로 모든 인물이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든 연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티빙에서 연말에 어울리는 핫팩 같은 영화라고 추천해주었는데, 마음보다 눈시울이 먼저 따뜻해졌다. 금세 안구건조증이 치료해준 영화였다. 되도록 혼자 보길 바란다. 전체적인 감상이 따뜻함이라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현실의 뾰족함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남들보다 힘든 길을 걷는다고 해서 어기에게 해야 할 말을 참지 않는 인물들이 있어서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오랜 감기를 앓고 있다. 기침이나 콧물이 나진 않지만 마음에서 뚝뚝 눈물을 흘리는 증상을 1년 넘게 겪어오고 있다. 마음에 독감이 들었을 때, 나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불행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컵이 깨지면 내가 부주의한 탓으로 생각했고, 상대가 실수하면 내가 더 체크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족이 아픈 일까지 나의 삼재 탓을 했다.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그런 망상을 줄여가고 있다.
영화 <원더>를 보다가 머리가 띵 하고 울린 순간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학교에서 상처를 받은 어기가 어깃장을 부리며 말을 듣지 않자 그의 누나 올리비아가 했던 말이었다.
세상 모든 이야기가 너를 중심으로 일어나지 않아!
누나가 자신을 달래러 왔으리란 어기의 상상과 달리 올리비아는 반려견 데이지가 아프단 소식을 전하러 왔다. 이 장면을 보며, 불행에 익숙해진 사람이 일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까지 수십 번의 수술을 경험한 어기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란 짐작을 한다. 그렇기에 모든 불행이 자신에게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심한 감기에 앓던 나도 그렇게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내가 상상하고 싶은 대로 악몽을 키워왔음을 깨달았다. 화면 밖에 있는 나는 어기가 조금만 더 남들을 배려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어기만큼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나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