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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r 16. 2022

제목은 곧 명제가 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과학에서 시작하여 사회학과 인류학으로 끝나는 책이다. 어떤 분야를 좋아하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외서치고 문체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끝까지 읽을 마음만 먹는다면야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는 모두 옮긴이가 쓴 것인데, 그만큼 번역가님이 친절하게 떠먹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학과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용이 방대하여, 그중에서 인상 깊은 것만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한다.




인지능력은
생식의 성공을 촉진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동물은 종의 생존에
핵심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형의 사고에서 가장 높은 인지적 유연성을 발휘하게끔 발달해왔다.
 침팬지와 달리 개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생존이 달려 있다.
_<생각에 대한 생각> 중에서




인간이 침팬지와 개에게 손짓으로 먹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개만 손짓을 따라간다. 침팬지는 인간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안내를 따르지도 않는다. 반면 가축화된 개는 인간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행동한다. 두 개체 중 개가 인간을 따랐을 때, 더 안전하게 보호받았다는 증거다.

여기서는 개, 침팬지, 아기로만 비교하지만, 연인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사람, 냉정한 듯 보이지만 나를 챙겨주는 츤데레, 고민의 답을 내려주는 사람.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결혼을 결정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계기가 되는 행동은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발전한 것이다. 시대상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이렇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물론 나는  인류학자가 아니니, 섣부른 결론일 수도 있다.




인간의 잔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타자를 비인간화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사법부에 흑인에게 적용하는
양형 기준에 관한 필립 고프의 연구보다
이 문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형량을 받는
흑인 어린이의 경우가
백인 어린이보다 18배 많다.
성인의 형량을 받는 어린이의
58%가 흑인이라는 이야기다.
_<불쾌한 골짜기> 중에서


책 후반부에 넘어서면서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제목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맞는 내용인가 의아하기도 했다. 그래서 책 소개를 읽었다.




21세기 다윈의 계승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다 답을 내놓는다. 이들은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최적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며 최후의 생존자는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고 말하는 한편, 친화력의 이면에 있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비인간화 경향도 포착한다.

_<책 소개> 중에서




그러고 나서 무릎을 탁 쳤다. 인종 차별은 인간이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최악의 결정이었다. 그러면서 차별을 위해 다른 인종을 '비인간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백인 성인들에게 똑같은 나이지만 인종만 다른 아이들 사진을 보여준다. 그들은 십중팔구 흑인 아이들의 나이를 대여섯 살 높게 본다. 그래서 흑인 아이들에게 더 높은 형량을 내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몇몇 백인들은 자신의 아이가 흑인 아이와 같은 반인 건 용납하지만 흑인 선생님에게 배우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고 했다. <불쾌한 골짜기>에 나온 인종별 형량은 이런 차별적 시선이 깃든 결정이다.



두 사례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참과 거짓을 보는 듯했다.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이 말은 참일 것이다. 하지만 길어야 100년을 사는 개체로 볼 때, 이 명제를 참이라고 말할 순 없다. 착하다, 친화력 있다 등의 수식어가 붙어도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는다'는 목숨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 한 조직 안에서 내팽개쳐지거나 탈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상하게도 뒷맛이 씁쓸하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사회를 이해하려 한 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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