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유진 Dec 29. 2021

당신의 식탁ㆍ다니엘 스포에리

Daniel Spoerri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먹기 위해 살고 있지 않. 식욕은 인간에게 가장 본적인 욕망이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삶의 부분이 아닌 전부는 아닌가. 먹는 행위나 먹는 음식이 예술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먹는다는 삶의 일부분을 예술로 가져온 Eat Art movement의 시작은 다니엘 스포에리(1930~)이었다.

다니엘 스포에리 Kichka's Breakfast I, 1960, 36.6x69.5x65.4cm, 2021 Daniel Spoerri/Artists Rights Society


스포에리는 1968년 뒤셀도르프 Eat Art Gallery에서 <스포에리 레스토랑>을 열었다. 갤러리에서 식사 파티 'Eat Art'를 열어 주목받는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제공했다. 먹는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이 진부하고 평범한 삶의 일부를 덫에 걸린 물건들처럼 한 곳에 엮는다. 스포에리의 이러한 식탁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그림-덫'(Snare-picture)이라 부른다. 한참 먹은 후 발견한 식탁, 음식, 놓여 있는 식기들 그 무질서한 그릇들을 그대로 고정시킨다. 스포에리는 이 작업을 예술 작업이라 말한다. 음식을 바라보던 우리의 수평적 시선을 수직적 시각으로 바꾸고 시간을 고정시킨다. 순간은 얼어붙어 멈춤이라는 타임캡슐에 들어간다.

다니엘 스포에리, Prose Poems, 1959-1960, assemblage, mixed media,69x54x36cm DACS, 2021


뒤셀도르프에서 푸른색 테이블 보드 위에 다 마신 커피잔과 담배를 고정시켰다. 스포에리는 규칙적이지 않고 아무렇게나 놓인 물건들을 붙잡는다. 사람들에게 '예술에서 숭고함을 찾가? 아니면 예술 작품은 존재 자체에 가깝게 만드는 일인가?'는 질문을 던진다.

다니엘 스포에리, Tableau piège, 1972  assemblage, mixed media, 70.0x70.0x33.5cmcollection.pictet

1963년 J 갤러리에서 <요리 도구 723개> 공연을 열었다. 갤러리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해 매일 저녁 중요한 미술 비평가를 초대해 식사를 제공했다. 식사가 끝난 뒤 매일 저녁 테이블 물건들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갤러리 벽에 붙였다. 누가 이 작품의 창작자인가? 식사를 한 사람? 아니면 남은 식기류를 벽에 붙인 사람?

다니엘 스포에리, Eaten by Marcel Duchamp, 1964, assemblage, mixed media, 54x64x24cm from:wikiart

스포에리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가 일어난 현장을 고정시킨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식사에 참여하고 식료품을 직접 사면서, 예술 작품과 오브제,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스포에리는 식기류를 고정시키고 윤곽을 그려 식탁 지형도를 제작한다.

다니엘 스포에리 Snare Picture, 1960, from:wikiart

전시장에서 스포에리의 식탁을 보며 식탁에서 먹던 내 경험을 떠올린다. 먹는 행위라는 지점에서 둘은 만난다. 내 일상 생활, 경험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고정시키고 다시 나에게 보여준다. 덫은 일상을 포착해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그때 있던 그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듯 멈춘 오브제는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으로 추억을 떠올려본다. 붙잡힌 식탁은 기억의 회상, 존재하는 의미이다. 스포에리는 해석의 다양성을 관람객에게 열어둔다. 작품 안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 이 글은 저작권법에 따라 한국 내에서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필자의 서면 허락 없이는 영리적 비영리적 목적의 글 인용이나 게재를 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