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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Jan 06. 2022

빛이 색이고 색이 빛이다ㆍ모네

따뜻한 햇볕이 건초더미 사이 길게 비춘다. 건초더미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작품은 모네와 친분이 두터웠고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폴 뒤랑 루엘 (Paul Durand Ruel)이 모네에게 직접 구매해 가지고 있었다. 2019. 5월 14일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Impressionist & Modern Art Evening Sale>에서 모네의 <건초더미>가 1억 107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예상가보다 두 배를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건초더미 연작 중 하나였다.           

모네, 건초더미, 1890, oil on canvas, 72.7x92.1cm ⓒSotheby


미국 시카고 사업가이자, 컬렉터 포터 팔머(Potter Palmer) 부부가 <건초더미>를 폴 뒤랑 루엘로부터 1890년대에 샀다. 이 시기 포터 팔머 부부는 약 90여 점의 프랑스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팔머 부인이 1918년 사망할 때까지 팔머 부인의 소장품들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팔머 가족 사업이 어려워지자, <건초더미>는 1986년 경매에 나왔다. 경매에서 $2.53달러에 다른 소장가에게 넘어갔다. 개인 소장하고 있는 네 개의 작품 중 하나이다.     


나머지 17점의 <건초더미> 작품들은 스코티시 국립 갤러리(The Scottich National Gallery),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파리 오르세 미술관(The Musee d'Orsay),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소장하고 있다.  

         

모네의 <건초더미>가 낙찰되고 한 달 후, 2019. 6월 런던 소더비 250여 점이 넘는 지베르니를 그린 작품 중 하나인 <Nymphéas>(1908년) 이 나왔다.                    

모네, Nymphéas, 1908, oil on canvas, ⓒSotheby

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 중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작품 10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1. 건초더미

2006년 크리스티 $81.447,500          

모네, 건초더미, 1891, 72.7x92.1cmⒸwww.claude-monet.com

폴 뒤랑 루엘은 모네가 작업하고 있는 지베르니를 찾아갔다. 그곳은 파리보다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작은 대문을 열자 꽃들이 만개한 정원이 나왔다. 꽃과 풀들을 보며 그 사이로 난 작은 길을 지나 작은 이층 집 앞에 섰다. 열린 작업실 창문 너머로 모네가 보였다. 폴은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다. 모네는 문을 열고, 그를 자신의 작업실로 안내했다. 작은 작업실 벽에는 빼곡히 그림들이 걸려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었다. 모네가 루엘에게 말했다.     


"내 나이 50이 되었지만, 매일 정원에 나와서 그림을 그렸지. 8월 여름부터 1월 겨울이 될 때까지. 처음에는 다른 화가들이 그리듯 똑같이 그린다고 생각했지. 캔버스 하나는 구름 낀 날씨를 그리고 또 하나는 햇빛, 그 두 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지, 빛보다 빨리 그리지 않으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을 받는 자연의 모습을 그릴 수 없겠구나. 어떤 순간의 특징을 그려내지 못하면 그 두 가지를 모두 그릴 수 없겠구나. 끊임없이 그리고 또다시 그렸지. 1월이 끝나갈 무렵 스물다섯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어."

    

루엘이 말했다. "모네, 작업실에 있는 건초더미 작품들을 전시회 여는 게 어때요? 건초더미들이 빛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이어서 같은 건초를 다양한 색으로 볼 수 있어요. 좋은 전시가 될 것 같아요." 루엘은 모네에게 작업실에 있는 건초더미 작품들로 전시회를 하자고 제안했고 모네는 승낙했다. 파리에서 열린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모네는 수천 프랑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2. 연못과 수련

2008년 크리스티 경매 $80,451,178                                          

모네, 연못과 수련(A pond with water lilies), 1919, 100.4x201cmⒸChristy

조스 베르헤임 죈 Josse Benheim Jeune(1870-1941)과 가스통 베르헤임 죈 Gaston Bernheim Jeune(1870-1953) 형제의 아버지, 알렉상드르(1839-1915)는 브뤼셀에 유명한 화랑을 운영했다. 파리에도 죈 Jeune 갤러리를 열고, 예술가들로부터 직접 작품을 사 모았다.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아 죈 형제는 갤러리를 운영했다. 죈 형제는 주말 별장이 있는 해안가 마을 빌레-슈흐-메흐 Villers-sur-Mer로 가는 중간 기차에서 내려 지베르니의 모네 집에 들렀다. 종종 모네와 점심을 먹었다. 모네 작업실에 있는 작품들을 직접 골라 구매하기도 했다. 빌레-슈흐-메흐에서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죈 형제는 지베르니에 들러 모네가 좋아하는 싱싱한 새우를 주고 가기도 했다. 두 형제는 르누아르와도 친했다.     


<연못과 수련>은 1m x 2m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 모네는 스케치하면서 동시에 완성했다. 모네는 이 작품을 대 장식화 (Grande Decoration)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작업했다. 전시실 한 곳에 수련 작품이 이어지는 화면의 연속처럼 거대한 풍경 한 장면으로 수련 작품들이 이어지도록 하고 싶어 했다. 시리즈 작품 중 첫 번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소장, 또 다른 연작은 1992년 12 밀리언 달러에 옥션에서 경매되었다. 세 번째 연작은 어느 소장가가 너무 크다고 반으로 잘라버려서 2조각이 되어 버렸다. 네 번째 연작이 이 작품이다.  

   


3. 수련

2014. 06.14 소더비 $54,071,001     

모네, 수련(Water Lilies), 1906, oil on canvas, 88.5x100cmⒸChristy

모든 것은 연못 저 멀리 어디론가 사라지는 듯하다. 앞과 뒤, 빛과 원근법이 없다. 꽃들은 반짝이는 조명처럼 우리 시선을 끈다. 인상파 화가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 폴 뒤랑 루엘은 인상파 화가들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모네 작품은 루엘이 독점적으로 수집했다. 모네가 가족 생계비를 위해 싼 가격에 그림을 팔지 못하도록 충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모네가 유명해진 후 루엘은 더 이상 독점적으로 모네 작품을 살 수 없었다.

    

1909년 어느 날 루엘은 모네에게 수련 작품으로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모네는 전시회를 하고 싶으면 작품을 모두 사가라고 했다. 루엘은 모든 작품을 살만한 돈이 없다고 했다. 모네는 루엘과 협상하다 베네치아로 떠나버렸다. 루엘은 죈 형제에게 모네 작품은 사는데 가격의 반을 지급할 수 있냐고 물었다. 죈 형제는 흔쾌히 승낙했고, 모네 작품은 루엘 갤러리와 죈 형제 갤러리가 구매하여 소유하게 되었다.     


4. 수련

2015년 소더비 $54,010,000    

모네, 수련(The Water Lilies), 1905, oil on canvas, 81x105cmⒸSotheby

모네의 작품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던 루엘과 죈 형제는 이 수련 작품을 취리히 미술관 (Kunsthaus Zurich)에 팔았다. 이후 스위스 컬렉터 에밀(Emil)과 알마(Alma Staub-Terlinden)가 20년간 소장하게 되고, 이후 웰덴스타인 갤러리(Wildenstein Gallery)가 소장한다. 웰덴스타인 갤러리는 1955년 <수련>을 개인 소장가에게 팔았다. 그 이후 전시된 적이 없다. 현재 미국에 사는 익명의 소유자는 경매에서 54010000 million 달러에 <수련>을 구매했다.     


중요한 웰덴스타인 집안을 잠시 언급하면, 다니엘 웰덴스타인(Daniel Leopold Wildenstein)은 프랑스 아트 딜러였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대학에서 공부하고 자랐지만, 1940년 미국으로 가족과 이민한다. 1970년 예술작품을 다루는 웰덴스타인 인스티튜션(Wildenstein institute)을 설립하고, 중요 프랑스 예술가의 작품들에 관한 카탈로그를 출간한다. 다니엘 웰덴스타인은 모네에 관한 카탈로그 5권을 1976년에서 1992년 사이 출간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받는다. 엘덴스타인의 조부는 아트 딜러숍을 샹젤리제 근처 루 라 보티에(Rue La Boetie) 가에 1870년 오픈했다. 18세기 프랑스 회화, 조각,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예술 작품들을 수집했다. 다른 유럽, 미국 예술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팔기도 하면서, 훗날, 1903년 미국에 갤러리를 1925년 런던에도 갤러리를 오픈했다.     



5. 수련

2012년 크리스티 $ 43,762,500      

모네, 수련, 1905, oil on canvas, 88.3x99.5cm ⒸChristy

루엘이 모네에게 전시를 열자고 했던 1909년 전시는 특별했다. 모네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시간이었다. '수련'이란 제목으로 물과 수련 그림 48점이 전시되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전시 형식이었다. 수많은 관람객과 예술품 수집가들은 수련에 매료되었다. 예술 비평가들은 수련 작품들을 베토벤의 마지막 콰트렛(Quartet 아마도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을 의미) 또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에 프레스코와 비교하기까지 하며 찬사를 보냈다. 모네는 백 점이 넘는 수련 작품을 그렸지만, 팔거나 전시를 원하지 않았기에 모네가 죽고 난 이후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       

                    

                  

6. 아르장퇴유 철교

2008년 크리스티 $41,480,000

모네, 아르장퇴유 철교(The Railway Bridge At Argenteuil), 1873, oil on canvas, 60x98.4cm ⒸChristy

<아르장퇴유 철교>는 1876년 두 번째 열린 [인상파 전시회]에 전시되었다. 아르장퇴유는 모네의 초기 풍경화이다. 풍경화라고 하기에는 답답해 보인다. 살롱 비평가들은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철길, 그 위를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는 기차 그림에 '이게 무슨 풍경화야!'라며 혹평을 쏟았다.  


       

7. 국회의사당

2015년 크리스티 $40,485,000

모네, 국회의사당 석양(Parliament house at sunset), 1900-1901, oil on canvas, 81.3x93cm ⒸChristy

1900년 루엘은 런던에 가서 국회의사당과 템스강을 그려 가지고 오기로 한 모네를 기다렸다. 모네는 프랑스로 가져온 자신의 스케치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영국을 방문하려고 했다. 다른 몇 년 동안 모네는 작업실에서 스케치 작업을 했고, 루엘은 완성된 런던 시리즈 작품을 1904년에서야 모네에게 받을 수 있었다. 국회의사당 시리즈 5점은 개인 소장이고, 다른 14점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르세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주립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8. 수련

2007년 소더비 $36,724,350    

모네, 수련, 1904, oil on canvas, 81x100cm ⒸSotheby

저널리스트, 미술 평론가, 역사가, 소설가였던 귀스타브 제프루아(Gustave Geffroy 1855-1926)는 초기 인상파 화가들이었던 모네, 르누아르, 세잔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이었다. 대중들과 주요 비평가들이 초기 인상파 그림들을 무시하고 있던 시기 제프 루아는 이들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글을 썼다. 1886년 제프루아는 프랑스 제2 제국(Second Empire)의 감옥을 조사하기 위해 벨레앙메르(Belle-lle-en-Mer) 지역을 여행하던 중 처음 모네를 만나 친구가 된다. 훗날 제프루아는 모네의 소개로 세잔을 만나고 세잔의 작품 <Portrait of Gustave Geffroy>에 모델로 섰다.    

                                 

        

9. 대운하

2015년 소더비 $35,567,406     

모네, 대운하(The Grand canal), 1908, oil on canvas, 73x92cmⒸSotheby

모네는 목소리가 크고 시끄러우며 돈 자랑하는 미국인들에게 작품을 팔기 싫었다. 그런 모네를 루엘은 전시회를 열자고 설득했다. 루엘의 갤러리에서 전시한 후 모네 작품이 부유한 미국인에게 팔렸다. 베네치아 풍경을 그린 <대운하>를 처음 소유한 사람은 미국 뉴 올랜도에서 설탕 사업을 운영하는 거물인 헌트 핸더슨(Hunt Henderson)이었다. 헌트 핸더슨은 모네 그림뿐 아니라 르누아르, 드가, 세잔, 고갱 등 그림도 소장하고 있었다. 핸더슨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길 원하며, 모네 작품들을 수집하던 중 1911년 아이작 델가도 미술관(Isaac Delgado Museum of Art)을 설립한다. (현재 뉴올리언스 미술관 New Orleans Museum of Art)     


1908년 68세 나이에 모네는 베네치아로 떠난다. 베네치아로 가면서 한편으로 지베르니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지베르니에는 그의 열정을 담은 수련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모네에게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영감을 주는 도시였다. 베네치아 대운하를 그릴 때, 모네는 매일 똑같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두 시간씩 빛이 반사하는 풍경을 그렸다. 매일 같은 시간이었어도 그날 날씨에 따라 달랐다. 루앙 대성당 시리즈, 건초더미 시리즈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네는 베네치아에서 돌아와서 3년간 작업실에서 아무에게도 캔버스를 보여주지 않고 작품들을 완성했다.    

                                   

      

10. 워털루 다리, 흐린 날씨

2007년 크리스티 경매 $35,539,140    

모네, 워털루 다리, 흐린 날씨(The Waterloo Bridge, Overcast Weather), 1904, oil on canvas, 65x99.4cm ⒸChristy

모네는 아내 앨리스와 함께 런던에 있는 아들을 방문한다. 런던 사보이 호텔 방 창문으로 워털루 다리와 채링 크로스(charing cross) 다리가 보였다. 매일 아침 해는 워털루 다리 뒤쪽에서 떴다. 모네는 아마도 터너의 작품에 나온 빛의 효과를 보고 위털루 다리 사이에 빛을 생각했을 듯하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1903)의 작품 <녹턴>에도 이런 기법이 나온다. 런던의 안개 낀 뿌연 날씨는 모네의 그림에 새로운 분위기를 주었다.

    

모네는 런던에서 몸이 아프기 시작해 지베르니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그림이 가득 담긴 박스 여덟 개를 가져왔다. 런던에서 끝내지 못한 스케치 80여 점도 들어 있었다. 이 년 동안 작업실에 머물며 모든 작품을 동시에 완성했다.     


모네의 런던 풍경 시리즈는 루엘 갤러리에서 짧은 기간 전시했다. 러시아 은행가이자 컬렉터였던 미하일(Mikhail Ryabushinksy)이 모네의 <워털루 다리, 흐린 날씨>를 구매했다. 29살이었던 미하일은 저택에 소장할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100점이 넘는 걸작들을 모았다. 미하일이 37살이었을 때 러시아에는 혁명이 일어나, 소장했던 그림들은 저택에 숨기고 일부는 트레티야코프(Tretyakov gallery)로 옮겼다. 미하일의 수많은 수집품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러시아 미술관, 푸시킨(Pushkin) 미술관 등으로 흩어졌다.                         

오랑주리 미술관 Ⓒ정유진

모네는 하늘과 땅이 없는 수련이 있는 연못만 방에 가득 펼쳐놓았다. 그 안에 서면 오롯이 물과 수련만 마주할 수 있다.               




참고문헌

https://arthive.com/publications/1852~Ten_most_expensive_paintings_by_Claude_Monet     

https://www.marmottan.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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