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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Mar 04. 2022

올라퍼 엘리아슨

올라퍼 엘리아슨은 지난 20년간 자연과 작품 사이에 우리를 직접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환경과 인간관계를 탐구해왔다. 자연 일부를 직접 가져오거나 유사하게 만들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가 아닌 이미 익숙한 자연을 낯선 상황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연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끌어낸다.


Olafur Eliasson and Minik RosingIce, 아이스 워치, 2014, Supported by Bloomberg

Installation view: Bankside, outside Tate Modern, 2018

Photo: Charlie Forgham-Bailey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York / Los Angeles © 2014 Olafur Eliasson


2014년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회의(UN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간 얼음덩어리 100톤가량이 코펜하겐 시티홀 광장에 등장했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UN Climate change conference)가 열리는 동안에는 얼음덩어리 80여 톤 12개가 파리 판테온 광장에 놓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음덩어리들은 엘리아슨과 지질학자 미닉 루징(Minik Rosing)이 그린란드 피오르(Fjord)에서 가져온 빙하다. <아이스 워치>라 부른 이 거대한 빙하에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다가가 껴안고, 손대고, 녹는 얼음을 마시기도 하고, 둘러싸고 춤추기도 했다. 엘리아슨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사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이렇게 썼다. "이 밤에도 지켜보라. 얼음은 잠자고 있지 않다. 계속 지켜봐야 한다. 아이스 워치는 거의 다 사라져 간다. 시간이 없다. 계속 얼음을 주시해야 한다."[1] 사라지는 빙하는 자연이 버틸 수 있는 시간적 한계를 보여준다. 얼음이 있던 과거와 얼음이 사라질 미래 사이에서 지구 온도는 상승하며 빙하는 녹고 있다. <아이스 워치>는 빙하가 녹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다가올 미래 시간을 초읽기하고 있다. 천년의 시간이 쌓인 얼음, 그 얼음을 간과하고 오염된 시간을 축적한 우리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인류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 '인류세'라는 단어로 이 시대를 지칭하며 더는 인류가 행위자(agency)가 아닌 책임자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임을 되돌아보게 한다.       


올라퍼 엘리아슨, 날씨 프로젝트, 2003Monofrequency lights, projection foil, haze machines, mirror foil, aluminium

scaffolding, 26.7 x 22.3 x 155.44m, Installation view: Tate Modern, London, 2003

Photo: Andrew Dunkley & Marcus Leith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York / Los Angeles © 2003 Olafur Eliasson


<아이스 워치>가 자연물 일부를 그대로 떼어왔다면 <날씨 프로젝트>는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 홀에 설치한 인공 자연물이다. 노란 전구 200여 개로 지름 15m 넘는 인공 태양을 만들고 주변에 가습기 16대와 기계식 노즐, 파이프, 펌프를 설치해 인공 안개가 뿜어져 나오도록 설치했다. 인공 안개는 24시간 홀 공기를 흐릿하게 채우며 노란 전구 빛을 굴절시켰다. 홀에 들어선 관람객은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노란 빛에 시선을 빼앗기며 뿌연 안개 속을 걷는다. 6개월 동안 전시회를 찾은 200만 명 넘는 관람객은 석양이 지는 휴양지에 온 듯 편하게 앉거나 누워 노란 태양을 바라봤다.


엘리아슨은 노란빛과 검은 어둠 그리고 몽환적 분위기를 내는 뿌연 안개를 오염된 공기, 스모그에서 착안했다. 런던은 19세기와 20세기 산업공해로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평소 런던의 겨울은 안개가 자주 끼는 기후적 특성이 있는데, 1952년 12월 5일부터 9일 사이 공장에서 나온 오염된 매연과 안개가 뒤섞여 치명적인 스모그가 발생했다.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ke)로 불린 이 스모그 때문에 수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2] 가정집 굴뚝에서 나온 석탄 매연과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황, 아황산가스가 황산 안개를 만들었다. 짙어진 안개는 밤이 되자 노랗게 변했고 런던을 가득 메웠다. 자동차와 기관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더해져 스모그는 검은색으로 변했다. 낮에도 가시거리가 1m밖에 안되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었다. <날씨 프로젝트>의 안개는 인류 전쟁과의 연관성도 상기시킨다. 기원전 217년 트라시메노 전투부터 한니발, 나폴레옹, 세계 제1차 대전에서 독일군이 사용한 독가스 사용 등 수많은 전쟁 속에서 안개, 공기는 결정적 순간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올라퍼 엘리아슨, 날씨 프로젝트, 2003 테이트 모던 터빈 홀 ⓒ Olafur Eliasson

<날씨 프로젝트>에서 또 다른 중요한 매개체는 바닥에서 35m 천장 위에 부착된 수백 개의 오프셋 거울이다. 노란빛과 사람들의 모습이 거울에 반사된다. 노란 태양을 바라보던 관람객의 시선은 천장 거울로 이어진다. 거울은 자신과 타인의 비침이 만나는 장이 되어준다.[3] 노란빛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은 인공물과 나르시시즘의 마취 효과 사이를 오가며 예술 작품 이면에 비친 나를 발견하는 이상한 즐거움을 경험한다.       

엘리아슨은 관람객에게 시공간 안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예술을 구현한다. 그 몰입 안에서 인간과 환경이 경험으로 이어진다. 엘리아슨은 몰입형 예술로 관객과 상호 교환성, 참여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참여성 예술은 현상학적 주제와 작품의 의미 사이를 경험으로 다가간다. 경험 방식은 연출된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공간 속에서 자신과 세계에 대해 감각을 확장하고 넓혀 변화시키는 능동적 관람자를 원한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한가? 아니면 경험하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한가? 이런 예술에 대한 고민은 엘리아슨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단지 삶에 주목한다.


Olafur Eliasson, Green River, 1998, Moss, Norway, 1998 Ⓒ 1998 Olafur Eliasson, Olafureliasson.net


엘리아슨의 다른 작품 <그린 리버>(Green River, 1998)는 흐르는 강에 녹색 염료 우라닌(Uranin)을 흘려보내는 프로젝트다. 여러 해에 걸쳐 독일 브레멘(1998), 노르웨이 모스(1998), 아이슬란드의 파들라바크 자연보호 구역(1998), 로스앤젤레스(1999), 스웨덴 스톡홀름(2000), 일본 도쿄(2001) 시내 강에 우라닌을 뿌렸다. 우라닌은 해군에서 해류 이동을 알아볼 때 사용하는 독성이 적은 염료다. 우라닌을 강에 붓자 강은 녹색으로 변했다. 녹색은 가장 자연을 대표하는 색이며 정치가와 환경학자들이 내세우는 색이기도 하다. 색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엘리아슨에게 녹색은 가장 근본적인 변화의 색이다. 녹색으로 변한 강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강과 연결된 바다, 산, 계곡, 도시 환경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그린 리버>는 또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는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예상치 않게 녹색으로 변한 강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도시마다 달랐다. 작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노르웨이 모스의 주민들은 강을 보자 신고했고 경찰이 달려와 강과 주변 나무에 해가 없는지 조사했다. 며칠 후 지역 신문에 녹색으로 물든 강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4] 반면 로스앤젤레스에 강이 녹색으로 변했을 때는 주민들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엘리아슨은 얼음과 태양을 경험하고 환경이 변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 경험을 통한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에 중심을 둔다. 삶의 경험과 일상을 통해 예술 작품을 인식하고 관계 맺고 능동적 참여자로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능동적 참여는 단순히 엘리아슨의 설치물을 작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Olafur Eliasson and Minik Rosing아이스 워치, 2014, Supported by Bloomberg

Installation view: Bankside, outside Tate Modern, 2018

Photo: Charlie Forgham-Bailey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York / Los Angeles © 2014 Olafur Eliasson



엘리아슨은 <아이스 워치>의 시간성, <날씨 프로젝트>의 빛과 안개, <그린 리버>의 녹색과 같이 비가시적인 요소들로 가시적인 작품을 만든다. 경험 할 수 있게 만든 공간에서 관객과 상호작용도 놓치지 않는다. 엘리아슨은 스스로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작품 만드는 ‘현상 생산자’(phenomena-producers)라 부른다.[5] 자연과 인공 사이, 실제처럼 유사하게 연출된 설치물과 진짜 현실 사이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구현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된 인식을 뒤엎고 예상치 못한 혼란스러움과 낯선 광경을 보여줌으로써 새롭게 자연을 바라보기 원한다.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인류는 생태학의 중심 행위자로 역사, 사회, 이데올로기,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사는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변화시킬 수 있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엘리아슨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Gravity Effect(그래비티 이펙트) 2022년 봄호 Issue. 7에 수록 p.132-137



참고문헌

[1] 올라퍼 엘리아슨 트위터, 2015. 12. 4. twitter.com/olafureliasson/status/672916989019582466 & 2015. 12. 13. twitter.com/olafureliasson/status/676076382011727873.

[2] 그레이트 스모그로 사망한 수는 약 12000명으로 추정된다.

[3] Michael Kimmelman, ‘Sun Sets at the Tate Modern’, The New York times, 2004. 3. 21.

[4]  Marcella Beccaria, Olafur Eliasson, Tate punlishing, 2013, p.53

[5]  Susan May edit., ‘Meteorologica’, Olafur Eliasson: The Weather Project, Tate publishing, 2003. 5. 15-28,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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