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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May 20. 2020

네온사인 빛을 넘어ㆍ브루스 나우만

브루스 나우만 Bruce Nauman

브루스 나우만은 1941년 미국에서 태어나 조각, 사진, 영화,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작가이다. 특히 그는 1968년 처음으로 실험적인 네온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Bruce Nauman, Human/Need/Desire, 1983, Neon tubing and wire with glass tubing suspension frames, 239.8x179x65.4cm ⓒBruce Nauman wikiart



나우만은 자기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 대중적이고 친숙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네온사인을 선택했다. 그의 네온 작품에는 글자나 단순한 그래픽 모양이 등장한다. 이것들로 삶, 죽음, 사랑, 증오, 쾌락, 고통, 신체와 언어, 공간의 개념 등의 질문을 다룬다.


Bruce Nauman, Raw War, 1970, Red neon and suspension frame ⓒKamel Mennour


1970년대 들어서 나우만은 거칠고 유머러스한 언어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Raw War>, <Run from Fear, Fun from Rear>, <One Hundred Live and Die> 같은 작품에는 네온 설치 작품을 통해 국가의 상황, 정치적 상황 등을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문구로 표현한다. 또한 나우만의 네온은 미학적인 감동보다 그래픽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아이러니와 말장난, 역설적 문구, 시적인 단어, 운율 같은 단어는 네온을 통해 빛난다.

Mean Clown Welcome, 1985, Neon tubling, lacquer on aluminum, 193x208x29cm ⓒMuseum Brandhorst

나우만의 네온은 이러한 말장난과 아이러니를 사용해서 인간 존재와 소외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에게 네온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과정이며, 작가와 예술 그리고 언어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Bruce Nauman, The True Artist Helps the World by Revealing Mystic Truths, 1967, Neon and clear glass tubing suspension supports, 149.86x139.7x5.08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Bruce Nauman, One Hundred Live and Die, 1984, Neon, plastic, fluorescent tubes, 299.7x335.9x53.3cm ⓒFujitsuka Mitsumasa, photo:Wikiart


칠흑같이 어두운 방에 네 개의 금속 기둥에 설치된 문구는 100가지 살거나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작품 <One Hundred Live and Die>의 왼쪽을 위에서 아래로 보면 모두 '죽다'(Die)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포함된다. '살다 그리고 죽다... 소리치다 그리고 죽다. 소변 누다 그리고 죽다. 먹다 그리고 죽다...'. 어떤 문구는 이해가 가지 않고 어떤 문구는 모호할지도 모른다. '노랗게 죽다', '노랗게 살다'는 무슨 뜻일까? 다양한 감정들이 오고 가듯이 네온의 강렬한 색들은 마치 리듬감 있는 시 운율처럼 보인다.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삶을 비추는 단어와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네온에서 나오는 색뿐만 아니라, 스치듯 지나치는 우리 존재를 100가지 방법을 벽에 걸어 두고 있다.  


의 작품은 건조해 보이며, 재미나 유쾌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네온 빛을 사용함으로써, 빛이 사물이나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나우만의 작품은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1960년대 중반 퍼포먼스와 바디 아트의 선두자로 떠올라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폭넓고 실험적인 접근방식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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