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든어제 Dec 04. 2023

사랑하는 나의 아이에게

너를 위해 오래오래 차곡차곡, 외할머니와 함께 쓰는 편지

아이야, 엄마는 네가 태어나고부터 겁이 많아졌어.

 이전에는 나 하나 떠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하고 두려워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워. 네가 내가 없는 세상에 남는다 생각하면, 이 험한 세상에서 홀로 버텨내야 한다 생각하면, 내가 더이상 그런 너를 안아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엄마는 너무 무서워. 어떤 어른들은 그런 순간을 대비해 네게 동생을 낳아줘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너를 위해 이 글들을 남기기로 했어. 네가 살아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열어볼 수 있는 엄마와 할머니의 레시피.

 네가 너무 추운 날 집에 돌아와 뜨끈하게 끓여먹을 수 있는 된장국,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만들어 먹을 잡채, 엄마와 마주보고 커피 마시고 싶을 때 함께 할 초코칩 쿠키. 너를 위해 엄마와 할머니가 차곡차곡 쌓아둘게.

 그리고 네가 집을 떠나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할 때가 되면 이 글을 전해줄게. 네가 배 고프고 마음이 고플 때, 엄마랑 할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어느 밤이면 펼쳐볼 수 있도록. 네가 얼마나 사랑받는 아이인지 그 순간에도 엄마와 할머니가 너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도록. 쓰다보니 네가 그렇게 외로워 이 글을 펼쳐보는 날은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바람과 상관없이 그런 날은 언젠가 분명히 찾아오겠지.

 그 날이 왔을 때 네 마음이 너무 시리지 않았으면 해. 엄마가 남기는 이 글들이 너의 마음을 안아주었으면 해. 이 글은 너를 위한 위로인 동시에, 너에게 이 글이라도 남겼다는 엄마의 위로야.

 엄마는 지금도 아플 때면 할머니의 된장국을 찾아. 너를 임신했을 때는 할머니의 김밥이 가장 먹고 싶었어. 너는 어떤 음식과 냄새를 그리워할까? 어떤 맛으로 엄마를 기억할까? 최대한 많은 냄새와 맛을 남겨둘게. 네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 때에도 우리를 추억할 수 있도록. 


사랑해, 나의 아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