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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May 19. 2024

야! 너 나랑 사업하자!

4년 만에 연락해서 한 말

대학교 3~4학년쯤 슬슬 불안했다 미래가.

학과를 잘못 선택했다는 걸 알았지만, 전과하고 싶은 과도 없었다.

내 원래 꿈은 심리상담사, 임상심리사였다. 그래서 사실 지금 학과도 괜찮았다. 어차피 대학원에 가고, 병원에서 임상 수련까지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막막했다.


과연 내가 대학원 2년, 병원에서 수련 3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또, 그렇게 버텼는데 막상 시작했더니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당장 돈을 벌고 싶었다. 스스로 떳떳하게 돈을 버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대학원에 수련까지 마치면 29살, 30살이다. 그때까지 땡전 한 푼 못 번다니!

절대 싫었다.


그래서 방향을 살짝 틀었다. 살면서 꼭 하나의 '직업'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태가 달라도 본질이 비슷한 일을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 갖게 된 게 마케팅, 광고였다.


내가 심리상담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나의 말과 전문성을 통해 정신적으로 괴로운 사람을 보다 나은 상태로 내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들은 마케팅과 브랜드 수업은 짜릿할 정도로 재밌었다. 그전까지는 마케팅이 그저 판매, 광고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니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또,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식을 심어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양한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다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마케팅, 광고 대외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약 1년간 쉴 새 없이 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5~6개 했던 것 같다. 학기마다 바빠서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기도 했다.


그즈음 들었던 200만 원짜리 마케팅 강의가 있었다. 대외활동을 하며 기업을 홍보해 주는 대가로 들을 수 있던 거였다. 거기에는 마케팅 전략을 총체적으로 다루었고, 나는 실험해보고 싶었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이게 효과가 있으면 소위 대박이잖아? 진짜 팔리면.. 난 앞으로 뭐든지 팔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세상의 열쇠를 찾은 것처럼 흥분했다.

 

실험을 증명하기 위해선 물건을 팔아봐야 한다. 하지만, 난 가진 물건도 없고 팔고 싶은 물건도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도매 사이트를 의미 없이 들락날락거리길 몇백 번..


'띠링!'

그때, 몇 년 전 교양 수업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인스타 스토리를 올렸다.


'스마트 스토어 오픈~!'

농산물을 파는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한 것이었다.

어? 어?????!

얘가?? 사업을?? 전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취업한다 하지 않았나? 뭐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금방 내 머리를 지배한 건 느낌표였다.


기회다!!


연락 안 한지 4년이나 됐지만, 그 친구의 상품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실험이라고는 하나, 결국 win-win이었다.

내가 마케팅 전략을 잘 짜줘서 효과가 있다면, 나는 성과를 얻고 그 친구는 돈을 얻겠지.

나는 당시에 돈 따위 필요 없었다. 오로지 이 마케팅 전략을 실험해보고 싶고 성과를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무급으로 일해도 괜찮았다.


사냥감을 발견한 독수리처럼 눈이 빛났다.

하지만 연락을 하려면 엄청난 용기와 철판이 필요했다.

한때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sns로 소식만 확인하는 사이. 4년 동안 서로 연락도 안 했는데 다짜고짜 연락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몇 날며칠 돌렸다. 얼마나 상상하고 준비했으면 잘 때 꿈에서도 그 친구가 나왔다.


어떻게 말해야 이 친구를 설득할 수 있을까?

만약에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식으로 말하면 괜찮으려나?

...

아냐.. 연락하지 말까.. 좀 그런가..?


며칠 머리 싸매며 고민하다 결국 버튼을 눌러버렸다.

눈을 질끈 감고 대략 72시간 만에 누른 버튼.


[1:1 채팅]


"안녕..!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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