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 시행에 맞물려서 탄력근로시간제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근로기준법 제51조(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2조(선택적 근로시간제) 제58조(노동시간 계산의 특례) ③ (재량 근로시간제) 조항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원론적인 내용이었으나, 이제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탄력-선택-재량근로시간제는 경영자를 위한 제도일까요? 구성원을 위한 제도일까요? 법령상 문구를 보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특정주에 40시간을, 특정일에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하면서 노동시간을 확장하고 있기에 경영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구성원의 선택이나 재량을 높이거나, 법정제도 이외에 시차근로제, 재택근로제 등 다양한 유연근로제로 확대한다면 구성원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20% 임금인상보다 오히려 유연근무제를 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구성원이 더 많았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이중 탄력근로 < 선택근로 < 재량근로 순으로 구성원의 자율성이 커지는 유형입니다. 탄력근로는 경영자가 노동시간을 정하는 것이므로 구성원에게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택근로는 한 달간 노동시간 총량을 정하면 출근 시각과 퇴근 시각은 구성원이 알아서 정하면 됩니다. 더 나아가 재량근로에는 출퇴근 등 노동시간 자체를 따지지 않습니다.
[유연근무제의 개념]
그동안 업무 방식은 정해진 노동시간에 적정 인력을 투입하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이와 같이 획일적 환경하에서 구성원의 선택과 재량은 주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일터에서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투입 시간 등 양적인 요소보다는 자율성이라는 질적인 요소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구성원들이 유연근로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노동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일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집에서 주말에 흔히 일어나는 풍경입니다.
엄마: “아들, 내일 토요일에 OO봉사 가야 해.”
아들: “싫어 안 갈래! 엄마는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누구 마음대로 일정을 잡은 거야.”
통제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터에서는 정해진 시간의 틀 안에서 머물러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구성원은 회사가 정한 근태관리 테두리 안에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성원이 원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입니다. 인생 전체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 주에 업무 스케줄을 아니면 내일 당장 해야 할 일을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량근로는 노동시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리한 제도이지만 ‘일한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말에도 상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도 완벽한 재량 업무 수행자로 상시적으로 오픈된 유형입니다.
구성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유연근로제의 유연성이 극도로 높아지게 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전자부품을 만드는 C사에서 재무업무를 담당하는 R이라는 구성원을 해고하였다고 합니다. R은 회사 창립 시부터 근무하여 회사의 재무에 대한 모든 히스토리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R이 빠진 재무팀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R의 업무능력은 누구나 인정하였지만,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동료는 물론 소속 팀장에게도 부담스러운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R이 팀 내 업무 일정을 무시하고 장기 휴가를 계속 신청하였고, 심지어 팀장의 승인 없이 휴가를 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고 합니다. 해당 팀장의 말입니다.
“처음에는 R의 공백을 메꾸려고 팀원들이 엄청 고생을 했죠. 하나둘씩 처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R이 없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인사팀에 R의 이동을 건의했습니다”
유연근로제는 노동시간의 선택이나 재량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아닌 ‘고용’을 선택하거나 재량권을 부여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일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한 ‘시간’만으로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평가가 보다 중요하다. 자립한 개인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일하는 것이 요구된다” 일본 후생노동성 「일하는 방식의 미래 203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