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갬성팔이 Mar 22. 2022

국내 패션 브랜드를 향한 네티즌의 카피 확증 편향 2편

국내 브랜드는 안 사요. 카피 많이 하잖아요.

다음 주는 휴재입니다.




마르지엘라 카피라곤 안 해요


좌: 아조바이아조, 우 : 와릿이즌


  아조바이아조(AJOBYAJO)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웃사이더의 감성으로 아시아의 서브컬처를 스트릿 웨어로 표현하는 브랜드로 가격 대비 기술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오버사이즈 한 옷을 출시하는데 아조바이아조가 런칭하기 전엔 국내에서 이렇게 큰 오버사이즈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양인 체형에 잘 맞죠.


  와릿이즌은 예전에 배럴즈였던 비케이브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더이자 아티스트 마크 곤잘레스의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컬처 스트릿' 브랜드입니다. 예전엔 마크 곤잘레스 명칭을 썼죠. 아이코닉한 '엔젤 로고'를 비롯하여 다양한 오리지널 그래픽을 접목한 컬렉션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커버낫 4 패널 스웻셔츠, 후드


  커버낫도 커팅한 옷을 붙여 만든 옷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론이 정말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분들이 앞서 설명드린 아조바이아조, 와릿이즌, 커버낫의 옷을 보고 리빌드 바이 니들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죠. 컷팅 부분을 이어 붙인 부분에서 외관상 유사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컷팅한 옷을 이어 붙인 옷은 리빌드 바이 니들스가 원조는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마틴 마르지엘라가 원조죠.


  외관상 유사성을 한번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컷팅을 이어 붙였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제외하곤 차이가 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빈티지 제품을 6개를 이어 붙였고 반팔의 아트웍을 자연스럽게 섞이고 균형적입니다. 리빌드 바이 니들스의 셔츠는 빈티지 옷 7 패널을 이어 붙였죠. 반팔의 경우 가운데 아트웍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다른 옷을 이어 붙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브랜드는 빈티지 제품을 이어 붙이지 않았습니다. 사용한 옷의 가짓수도 다르고요. 새 제품을 생산해 이어 붙였기 때문에 각 사이즈마다 오차가 거의 없고 같은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로고도 이어 붙였음에도 따로 있지 않습니다. 커버낫의 경우 일부로 끝 스펠링을 떨어뜨린 부분이 위트 있어 보입니다.


국내 예일 반팔 포스터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브랜드를 뽑자면 단연코 예일입니다. 예일은 예일 대학교로부터 라이센스를 취득해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라이센스 브랜드 중 취득한 해당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많은 데 예일은 탁월합니다. 특히 리펄브 프로젝트가 눈에 띕니다.


좌 : 윤경덕 디자이너가 리메이크한 점퍼, 우 : 안진수 디렉터가 리메이크한 맨투맨


  세컨핸드 예일 옷을 가지고 컬러 믹스, 로고 믹스, 패턴 및 실루엣 변경을 한 새로운 옷들입니다. 앞서 설명한 국내 브랜드에 비해 세컨핸드여서 제약도 많고, 어려움도 많습니다. 단점 투성입니다. 공장 작업도 어렵고, 하나하나 별도 재단이며, 별도로 전부 다 신경 써야 하고, 말 그대로 맞춤복 수준이죠. 그래서 디자인적 조화를 갖추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예일의 옷은 밸런스가 좋습니다. 자원순환 관점에서 본인들의 세컨핸드 옷을 가지고 리메이크한 점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컨핸드를 가지고 제작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희소한 옷입니다.



복 각


웨어하우스 1105


  일본에서 미국 빈티지가 인기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빈티지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했으나 공급은 충분하지 않았죠. 그 니즈를 캐치해 몇몇 브랜드들이 복각이란 개념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복각의 사전적 의미는 '판각본을 거듭 펴내는 경우에 원형을 모방하여 다시 판각함. 또는 그런 판.'을 의미합니다. 카피와 다른 점이라면 동경을 가지고 산업 전반이 움직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현시점에서 옛 것을 따라 한다는 것이 기술적인 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죠.



LVC 55501


  복각은 옛날에 나온 오리지널을 따라서 만든 것이지만 복각판이 오리지널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습니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현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신 기술을 통해 오리지널의 치명적인 결점을 보완해서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리지널과 비교를 통해 복각 브랜드의 실력을 판가름하기도 합니다. 많은 매니아 분들이 리바이스 보다 일본 브랜드가 더 복각을 잘하기 때문에 일본 브랜드들이 더 잘한다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복각률은 좋은 옷을 판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복각을 표방하기 때문에 중요 평가지표로 산정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또한, 복각인지 아닌지 명확한 경계는 없지만 과거의 것을 차용했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들이 복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선 브랜드 방향을 복각으로 잡은 브랜드는 못 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복각을 하기엔 한국전쟁으로 기반 산업이 없어진 탓이 큽니다. 과거, 수출이 발달하면서 생산성을 중요시 여겼고 국가 주도로 그나마 있던 기존 직기를 팔고 새로운 직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복각을 하기 위한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죠.



좌 : vintage 50s high school sweatshirt, 중 : 리얼 맥코이 복각 스웻셔츠, 좌 : 커버낫 스웻셔츠


하지만 빈티지 옷의 아트워크를 차용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이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브랜드에게 빈티지 복각이나 아트워크 재해석을 한 해외 브랜드를 카피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커버낫이 이런 오해를 받았죠. 그래서 커버낫에서 해명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커버낫 최상원입니다.
먼저,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

저희 커버낫은 빈티지 웨어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디자인하여 새롭게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리얼 맥코이는 그 당시의 빈티지 웨어를 복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있더라도, 사전에 같은 소스를 갖고 있는
타 브랜드에서 출시 여부를 체크하지 못한 것은 불찰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저희 본사인 배럴즈에서도
같은 일본의 복각 브랜드 버즈릭슨을 취급하고 있고, 리얼 맥코이도 당연히 알고 있으며,
이미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를 어떻게 보란 듯이 카피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커버낫 2015 S/S 시즌 타이틀 'PHYSICAL EDUCATION CLASS' (체육시간)에 따라,
미국 고등부 빈티지 웨어를 참고한 부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앞으로 저희 디자인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주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빈티지 아트웍은 저작권 등록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일종의 오픈소스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티지 아트웍은 많은 브랜드에서 차용을 합니다. 빈티지 아트웍은 복식 브랜드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근래에 들어서 1960 프린팅 스웻셔츠도 빈티지 아트웍에서 비롯된 디자인입니다. 그럼 그 브랜드들도 카피한 것일까요? 아트웍만 카피 이슈가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복식을 차용해도 똑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복식 차용


  몇 년 전부터 발마칸 코트는 엄청난 인기를 받았습니다. 시티보이와 더불어 캡틴션샤인의 트레블러 코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캡틴선샤인은 2013년 신슈케 코지마라는 디렉터가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클래시컬한 맨즈 웨어를 존중하면서, 현대의 감각과 개인의 감성을 혼합하여 고품질의 일본 생산 배경을 통해 남성 의류 브랜드입니다. 캡탠션샤인의 트레블러 코트는 멜톤 울로 재직한 원단과 넉넉한 실루엣, 코인 포켓을 추가한 디테일을 갖추었으며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죠.



1970년대 Men’s Club 매거진 Alligator의 발마칸 코트


  Alligator의 발마칸 코트는 1950년대 미국에서 주문제작이지만 대량 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을 하여 인기를 얻은 제품입니다. 기능성 소재를 잇달아 출시하며 ‘우수한 방수성’, ‘고품질 개버딘’, ‘독점 원단’을 특징으로 하는 신개발 제품에 영국 유명 원단과 경쟁을 했죠. 1970년대 Men’s Club 매거진의 백호를 보면 거의 모든 호에서 Alligator의 발마칸 코트가 나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Alligator의 발마칸 코트 티켓 포켓


  체인지 포켓은 영국 복식으로 양복 상의의 오른쪽 옆주머니 위에 부착된 것입니다. 보통 "잔돈"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말합니다. 동전뿐만 아니라 버스표를 넣는 데서 티켓 포켓 또는 코인 포켓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빈티지 발마칸 코트의 체인지 포켓을 살펴보면 주머니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아웃포켓으로 되어있습니다. 캡틴선샤인 발마칸 코트 이를 차용한 것이죠.



위 : 1960년대 빈티지 버버리 트렌치코트, 아래 : 스티븐 맥퀸 트렌치코트


  트레블러 코트는 A 라인 형태입니다. A 라인은 레인웨어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실루엣으로 신슈케 코지마 디렉터가 60년대 버버리 발마칸 코트로부터 실루엣을 영감 받아 차용했죠. 또한, 신큐케 코지마는 스티브 맥퀸이 Bullitt에서 코트 스타일링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는 스티브 맥퀸의 스타일을 통해 캐주얼하게 큰 코트를 입은 남자가 세련되게 보인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당시 코트는 안에 입은 옷을 덮기 위해 큰 사이즈로 만들었는데 볼륨감 있는 코트가 안에 입은 옷에 상관없이 괜찮았던 거죠.


  캡틴션샤인의 트레블러 코트는 Alligator와 버버리 발마칸 트렌치코트 및 스티븐 맥퀸 등 여러 곳으로부터 모티브를 받고 차용해서 제작된 옷입니다. 하지만 국내 몇몇 브랜드들이 캡틴션샤인처럼 코인 포켓을 차용했다고 해서 카피라고 욕을 먹고 있습니다. 국내 브랜드 중 카피 브랜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비슷한 복식을 차용했다고 해서 카피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확증 편향


  패션에서 카피 논란은 여론 시장에서 잘 팔리는 이야기입니다. 카피 논란은 정의를 위한다는 선악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큰 소비 시장이 있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한 국내 브랜드 코트가 캡틴션샤인의 트레블러 코트와 비슷한 위치에 주머니가 있으니 카피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패션 블로그를 하면서 한 국내 브랜드에 대한 카피 논란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동의해주셨습니다.



좌 : 버버리 블랙라벨 발마칸 코트, 중 : 2010년대 랄프로렌 발마칸 코트, 우: 드레익스 그레이 헤링본 울 나그랑 오버코트


  티켓 포켓은 히든 포켓인지 아웃 포켓인지 나뉘며 티켓 포켓은 패션사에서 흔한 복식이기 때문에 캡틴션샤인이 독점할 수 있는 복식은 아닙니다. 티켓 포켓을 활용한 옷은 캡틴션샤인과 국내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국내 브랜드보다 트레블러 코트가 먼저 출시되었고 인기가 많았으니 카피한 거 아니냐?'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기준이라면 모든 옷이 카피이며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카피는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와서 이득을 취하는 범죄행위이다 보니 카피 논란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해당 브랜드가 여론의 처형대에 올라가게 됩니다. SNS 상에서 패션에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이 심판관으로 활약하는데 그들은 전후 맥락을 따지지 않습니다. 단지, 외관의 유사성만 갖고 카피라고 주장하고 분노에 찬 확증 편향을 확산시킵니다. 사람들의 그들의 2)확증편향으로 우르르 따라가니 경솔한 주장이 공론화됩니다.


  대부분의 카피 논란이 있는 옷들은 아카이브나 빈티지 모티브가 있으며 모티브 대상이 유명합니다. 즉, 다른 사람들도 차용해서 외관적으로 비슷하게 재해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세부적이나 요인이나 맥락까지 따지면 외관상 유사해 보이는 옷이 전혀 다른 옷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해로 생긴 카피 논란은 브랜드에게 피해만 줍니다. 하지만 카피 논란을 일으키고 가담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3)사이버불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1) Bullitt : Peter Yates 가 감독하고 Philip D'Antoni가 제작한 1968년 미국 네오 누아르 액션 스릴러 영화.

2)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의견이나 정보는 확대하여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의견이나 정보는 축소해서 무시하는 경향. 자신의 믿음이나 신념에 유리한 정보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그와 반대인 정보에는 지나치게 적대적이거나 인색한 것을 말한다.

3)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근본 브랜드가 카피?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