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엘라의 유산
근본 브랜드의 카피? 1편
취준 하고 자료사진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해 내용이 짧네요ㅠㅠ 2편으로 나눠서 올려보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나오는 브랜드들이 카피했다고 주장한 게 아닙니다. 앞으로의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다루니 오해하지 말아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전에 열망했던 모든 것은 다 사라졌고 과거가 되었습니다.
미래는 이것(레이 카와쿠보의 해체주의)이었습니다.
쇼룸의 연출, 매장, 카탈로그 모두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였고
모델의 메이크업도 특별한 방식이었죠.
워킹도 특별했어요. 그 부분이 강력했어요.
- 마틴 마르지엘라 -
마틴 마르지엘라는 정말 대단합니다. 최초라고 불릴 수 있는 옷을 무수히 만들었으니깐요. 하지만 그조차 0에서 1을 만든 건 아닙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를 한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레이 카와쿠보의 오마주가 있습니다. 오마주란 원래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 혹은 차용함으로써 그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영향을 받은 영화의 특정 장면을 자신의 영화에 응용하거나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 장면을 자신의 영화 속에 삽입하여 존경을 표하기도 하며, 특정한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오마주도 있죠. 마틴 마르지엘라는 레이 카와쿠보에 대한 존경심이 분명히 있으며 00FW 니트웨어를 보면 81/82 꼼 데 가르송 F/W 컬렉션의 ‘레이스 스웨터(Lace Sweater)를 닮아 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가 레이 카와쿠보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그 또한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줍니다.
지금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받습니다
(Anybody who's aware of what life is in a contemporary world is influenced by Margiela).
- 마크 제이콥스 -
논문의 영향력을 파악할 때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얼마나 인용되는지입니다. 물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같은 위대하고 베이스로 두는 이론은 인용했다고 언급하지 않습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렌치코트를 두고 버버리와 아쿠아스큐텀으로 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진 않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마틴 마르지엘라의 옷을 봤을 때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일 거예요.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좋은 방법은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마린 마르지엘라가 선보인 기법을 차용하고 발전시켰는지 보면 됩니다.
베트멍의 설립자이자 현재 발렌시아가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뎀나 바잘리아는 월터 반 베이렌동크의 밑에서 남성복 컬렉션을 도우며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에 입사하여 2013년까지 여성복 컬렉션을 담당했죠. 그렇기에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위 사진은 마치 마틴 마르지엘라의 뉴웻룩과 닮았네요.
일본 보그 편집장 안나 델로 루소(Anna Dello Russo)는 "패션은 결코 편안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끼면 결코 외모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마틴 마르지엘라의 이불 코트는 패션쇼와 아늑함이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특유의 축 늘어진 실루엣은 많은 푸퍼 자켓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푸퍼 자켓은 짧지만 이불을 걸친 헝클어진 실루엣을 하고 있습니다. 빅터 앤 롤프는 아예 침실룩을 선보이기도 했죠.
패션에 낙서를 최초로 낙서를 한 사람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최초일 것입니다. 그의 낙서된 신발이 핸드페인팅이었다면 베트멍은 낙서를 프린팅 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낙서 독일군은 극소수의 한정품이었다면 베트멍의 리복 퓨리는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냈죠. 물론, 한정판으로 일반적인 공산품처럼 많이 생산하진 않았습니다.
앰부쉬 한국계 미국인인 Yoon(윤안)과 한국계 일본인 Verbar(류영기) 부부가 2008년 공동으로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엠부쉬는 마틴 마르지엘라와 비슷한 플라스틱 백을 캔버스 패브릭으로 제작했죠. 셀린느도 pvc 재질로 비닐봉지의 투명함은 살렸지만 더 견고한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후세인 샬라얀은 런던의 세인트 마틴 출신으로 1994년 세빌로의 테일러샵 'Timothy Everest'와 파트너십을 맺어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듭니다. 98년 패션쇼는 터키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문화를 모티브 했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일련의 무거운 나무 헬멧으로 가리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모델을 덮기도 했습니다. 이슬람 문화를 모티브를 했지만 패션 씬에서 얼굴을 가린다는 건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이 어느 정돈 있었던 것 같습니다.
R13은 크리스 레바가 폴로 랄프 로렌에서 부사장으로 일한 후 2009년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크리스 레바는 80년대와 90년대 펑크와 그런지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입니다. 최근 꽤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죠. 그의 옷 중 허리를 감싼 크로스 오버 청바지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보여준 청바지와 같은 기법을 사용한 바지입니다.
리빌드 바이 니들스는 예전의 것들을 재건축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템을 만드는 니들스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입니다. 위 티셔츠는 빈티지 제품을 하나하나 잘라서 붙였기 때문에 디자인당 하나의 사이즈만 있습니다. 또한, 같은 S 사이즈라도 상세 치수가 다릅니다. 빈티지 제품을 이어 붙였다는 점에서 마틴 마르지엘라의 옷과 사뭇 비슷하네요. 같은 방식으로 셔츠도 있지만 위에 보이는 셔츠는 패치워크로 제작했기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다른 기법을 사용한 옷이죠.
지금까지 설명드린 브랜드들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최초로 선보인 기법들을 차용하여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국내 브랜드들이 마틴 마르지엘라부터 시작한 기법을 차용하면 카피라고 주장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마틴 마르지엘라를 카피했다는 게 아니라 마틴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받은 브랜드를 카피했다고 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