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입사 이후로 줄곧 생각한 것이었으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조직 속에서 분주하게 살다 보면, 막상 그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가끔 이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은 공상 수준에 머물 때가 많았다.
그러나 퇴사를 마음에 두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니 상황은 달랐다.
그동안 20여 년간 쌓은 커리어와 또 내성향 거기에 시장환경을 고려하여 분야를 구체화해야 했다. 사실 나의 커리어는 보통 건축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시공사에 입사한 동년배들과는 다른 점이 많이 있었다. 건설회사의 직무는 크게 엔지니어의 커리어, 사무직 커리어로 나뉜다. 엔지니어의 커리어란 건설 현장의 근무 비중이 높고, 본사에서 근무하더라도 현장과 관련된 기술이나 견적부서에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사무직 커리어는 현장 근무보다는 본사의 기획, 재무 파트 등에서 근무하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초반에는 엔지니어 후반에는 사무직 커리어를 취하게 되었다.
혹자는 좋은 커리어라고 부러워하기도 했으나 회사 밖을 나오면 이도저도 아닌 다소 애매한 커리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며 사무직 커리어를 쌓으면서는 그동안 몰랐던 시장분석 및 기획, 회사의 조직, 재무 등에 대해서 단시간에 깊이 있게 익힐 수 있었기에 사업을 하게 되면 큰 도움이 되는 커리어라는 판단이 들었다. 어쩌면 그 경험덕에 이렇게 맨몸으로 회사를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아이템을 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조사가 필요했다.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1년 정도는 당장 자금 이슈 없이 사업 구체화에 몰입할 수는 있었다. 퇴사 후 제일 먼저 실행한 일은 출장이었다. 실제 내 눈으로 확인하고 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다만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출장비가 없이 내 돈으로 떠나는 출장이었다. 내 돈 내고 떠나는 출장이라 여유롭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소득 없는 가장의 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 없는 부담은 있었다. 행선지는 미국과 일본으로 정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 일본의 후쿠오카였다. 그곳에서 현지에 잘 뿌리내린 소규모 주거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회사와 미팅을 하기 위함이었다. 운이 좋게 대표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몇 개 회사를 추렸다. 회사를 다니며 숱하게 동종 사들을 만나서 미팅을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은 긴장되고 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