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아주 사적인 신화 읽기
길가메시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북유럽 신화 이야기, 바가바드 기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들만의 내면의 신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융과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의거해 각각의 신화들을 개인화하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매우 사적이고 개인적이다. 신화의 열거, 그 신화를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그 심리학적 근거가 어떤지의 단순한 구성을 보인다. 짐작해보건대, 저자는 아마 세부적인 내용 (신화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보다는 그 태도를 더 소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친근한 신화 속 신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특정 무엇을 매개로 내면의 신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도 우리만의 '신화 읽기'가 있으면 된다. 누구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힘 쎄고 멋진 영웅임에 감탄하겠지만, 다른 누구는 내면의 강인함에 끌려 그 요소를 내재화시키고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그 무엇을 통해서도 내면의 신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의 결의만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큰 틀에서 보면,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의 긍정적 내재화의 지극히 지엽적인 하나의 예시를 소개해 준다. 모든 것 중 '신화'라는 한 요소를 가져왔을 뿐이다.
책 중간에 융의 '내 안의 예수님'이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꽤 적절한 비유다. 기독교 신자들에게 예수님이 있듯, (기독교 신자를 제외하고) 각각의 삶은 내면의 예수님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이는 종교적 논리를 철저히 외면한다. 결국 저자는 내면의 신이라는 개념에 조금 더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하기 위하여 신화라는 요소를 차용했다고 본다.
쉽게 읽힐뿐더러,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친숙한 신화의 스토리를 꽤 명료하게 습득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