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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pr 10. 2024

[서평] 수만 개의 철학 : 모든 인간은 철학한다

나이절 워버턴 『철학의 주요 문제에 대한 논쟁』


철학을 공부하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존재의 의미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다룬다는 데 있다. 우리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때때로 기본적인 철학적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 신이 존재함을 보이는 증명은 가능한가? 우리의 삶에는 목적이 있는가? 어떤 것을 옳거나 그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법을 어기는 것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의 삶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가? 마음은 신체와 다른가, 아니면 우리는 그저 물질에 불과한 존재인가? 과학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등등.



시대를 풍미하는 철학의 모든 공통점은 전에 있던 주요 철학을 일부 깨부순다는 데 있다. 그렇게 철학은 끝없이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그 끝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도덕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들에 대한 논쟁, 정치와 사회의 끝없는 ~~주의 탄생, 우리의 존재와 인식, 마음 등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 아득히 전부터 이것들을 논의해 왔지만 그 어느 것도 진리가 되진 못했다.


어떻게 보면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진리일 수 없는 한계를 필수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논리는 철학이라기보다는 그냥 진리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만인의 철학이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다른 의미로는 그 누구의 철학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1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철학은 1억 개가 있을 것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보편 지식은 그다지 필요 없다. 본인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어떤 견해와 논리를 갖고 있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주어진 이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 없다. 그냥 본인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평생을 철학에만 몰두해 온 천재적 위인들조차 공통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책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논리로 각자의 철학을 구축했는지 보다는, 이런 논쟁이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 논쟁 속에서 삶의 태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 나만의 철학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철학책을 읽어 오며 늘 느껴 오던 것은, 그 위대한 철학자들을 존경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의 철학과 논리 그 자체를 맹종하는 것은 경계해야 된다는 점이다. 선대의 철학은 영감을 주는 것에만 머무르게 해야 한다.


철학이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철학하지 않는 것조차 철학의 한 종류로 바라봐야 한다. 철학하지 않는 사람은 철학에 인식이 닿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철학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철학하지 않는 사람을 폄하해서도 안 되고, 철학한다고 으스대서도 안 된다. 나는 철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나만의 철학을 끊임없이 구축해 가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나에게 이롭다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조차도 철학인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주제에 대한 논쟁을 읽는 것은 그 나름대로 굉장히 유익하다. 이런 주제에 대해 이런 논의와 그 논의에 대해 비판을 동시에 소개해 주는 구성은 나만의 견해를 만들어가는 데 매우 좋은 구성처럼 보인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주제에 대한 논쟁의 흐름을 보고 나만의 의견을 만들면 이 책으로부터 100% 모든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평생 동안 이어져 온, 이어져 갈 문제적 논쟁들에 대해 어떤 의견과 비판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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