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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결혼은 과연 미친 짓일까?

혼인신고 한 지 2달 된 한 남자의 이야기

by 책 읽는 호랭이

결혼식은 2026년 1월이다. 그렇지만 난 24년 12월에 한 여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미래를 같이할 결심이 들어 각자의 집 전세 기간이 만료되는 때에 집을 합치고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 법적으로 나는 유부남이기에 결혼식은 아직 안 했지만 결혼은 한 것으로 치기로 하자.


혼인신고(이하 결혼이라고 함)를 하기 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정말 누군가의 배우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 그 사람의 슬픔에 같이 목놓아 울어줄 수 있는지? 난 이 질문들에 대해 흔쾌히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꼭 이 질문들에 답을 내려야만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어정쩡한 각오와 결심으로 한 여인의 남은 인생에 깊이 발 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 펼쳐질 것이고,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갈 새로운 환경들을 나는 당당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지금은 아내가 된 그 당시의 여인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다.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스스로의 의지와 각오가 아닌 나이, 돈과 같은 것에 휩쓸려 결혼을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되새겨보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인 속내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여인도 많은 고민과 결심 끝에 결혼을 각오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어정쩡한 각오로 결혼을 안 하게 됐다. 각자의 삶에 당당하면서도 예의 있게 침투하기로 했다. 가장 묘사하기 쉬운 공통된 마음이라면, 서로의 삶이 더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아내도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아직 새파란 신혼이지만 지금에 와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단언컨대 난 누구에게나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난 이 여인을 만나서, 이 여인이 아내가 됨으로써 내가 느끼는 행복의 지평이 넓어졌다.


혼자였을 땐 퇴근하고 운동하고 먹는 저녁에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행복함을 느낀다. 아내와의 저녁 시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각자 일하느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저녁밖에 없음에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는 말하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녁 시간에 이런저런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는 아내가 귀엽다. 이야기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내에게는 내심 미안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결혼을 함으로써 내 행복의 지평이 넓어졌다. 다른 말로, 일상에서 행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개인으로서, 부부로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있겠지만 별로 두렵지가 않다. 명확하고 명쾌한 답이 있어서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뭐랄까? 같이 있으면 뭐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나는 지독한 개인주의자다. 그래서 난 내 아내가 최우선이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결혼이야말로 일심동체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운명을 같이 할 한 사람은 인식적으로 나와 다르지 않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대상으로서는 나 스스로와 같은 취급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니 나는 이 여인이고, 이 여인은 나다.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결혼에 대한 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몇 자씩 적어보겠다.


p.s.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라, 미쳐도 좋을 만큼 근사한 무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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