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한 4년 전이었던가, 내가 철학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시절로 기억한다. 나는 나의 귀인께 철학 입문서를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때 추천해 주신 책 중 하나가 서동욱의 『철학 연습』이었다. 꽤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고, 철학에 무지한 나에게 다양한 철학을 얕게 소개해 주는 그 책은 참으로 시기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 책을 4년 넘게 읽어 온 나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서동욱의 『철학 연습』이 키워낸 내가 이제는 입문서가 그다지 필요치 않은 철학 독자가 된 것이다. 철학에 대해 무지하던 그때의 내 모습에서 지금은 실존주의라는 철학을 내 삶의 철학으로 여기게 되었고,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니체를 탐구하고 있다. 그때의 서동욱의 책이 없었다면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결과일지도 모른다.
책도 읽는 사람의 시기마다 주는 울림이 다르다. 같다면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우리 존재는 시시각각 계속 변해가고 있고, 이 컨텐츠는 바뀌지 않는데, 그 컨텐츠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 똑같다면 그것은 인간 삶의 진리를 거스르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서동욱의 이 책은 별다른 울림을 주지 못했지만 철학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을 줄 거라고 믿는다. 4년 전의 내가 그랬으니까.
철학을 접해보고 싶지만 어렵고 난해해서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일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철학 책을 꽤 읽었고, 나만의 철학이 있고, 탐구하는 철학이 있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가벼워 철학 책이 아닌 수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