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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Jan 12. 2024

계속할 결심

누군가 나밖에 모르는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나에게는 단 하나의 꿈이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다정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꿈. 나에게 글은 운명이었다. -여주실격에서 천리사가 비슷한 말을 했다-어떻게든 나에게 다시 돌아올 운명.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지 의문이다. 내 하루를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때 가장 행복하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글을 쓰고. 그 사실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때 나는 너무 즐겁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무엇과도 견줄 수 없게 사랑하게 되어서,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공부와 운동과 글쓰기다. 이 세 가지가 얼마나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는 나밖에 모른다. 나는 언제나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껏 좋아할 수 있을 때 좋아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어서 글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왜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우면서 사랑스러울까. 얄팍한 재능을 사랑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면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깨닫는다.



1년 동안 나의 무게는 정착되어 있었다.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무게를 오늘에서야 돌파했다. 이상할 정도로 잘되는 하루, 멈추고 싶지 않았다. 같이 운동하시는 분이 말했다. 나는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무게에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라고.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무게가 무거운 순간 무겁네?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몸은 경직되고 긴장해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서울에서 운동을 하면서 그 한계를 부수는 연습을 했다. 무겁다고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겁다고 느끼는 데 익숙해지는 거다. 


이 정도 무거운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무거운 건 무거운 거고, 그게 나의 불가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영원히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던 세 자리를 돌파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무게를 더 올렸다. 정 안되면 앉아서 받으라는 말에 앉았고, 받아냈을 때는 못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여기서 못 일어난다면 나는 또 다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는 이전까지 해왔던 스쿼트가 빛을 발했다. 최고 무게를 계속 경신하고, 무거운 무게를 오래 드는 연습을 한 덕에 들 수 있었다. 오늘에서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할 수 있구나. 나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아무리 성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해도 나는 결국, 성장하고 있었고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구나. 눈물보단 감격이 먼저였다. 안주하려는 마음보다 나는 더 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층 더 운동을 사랑하게 된 날이었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남들보다 느려도, 이제 나는 한동안 포기할 수 없을 거다.






그리고 오랜만에, 소설 수업이 있었다. 오랫동안 굴린 스토리여서 지난번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한 평가를 받고, 동시에 작가님의 기대도 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질문할 게 있어 잠시 남았다. 나의 계획과 집필 상황을 전했더니 작가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너무 열심히 해서 도와주고 싶다고, 항상 잘하고, 당선될 수 있을 거라고.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특히 이번 시놉시스가 굉장히 좋다고. 


될 수 있을 거라는 말만을 기다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다. 그저 죽어라 열심히 하는 거. 재능은 이미 주어졌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노력뿐이다. 좋아하는 만큼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정말 바보 같다,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했다. 하는 과정이 내내 행복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잘 갔고 고민하는 게 지치지 않았다.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무너질 시간은 없고 오로지 달려야만 한다. 좋아하는 일을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말자. 괜찮다, 할 수 있다. 내 한계가 없는 게 아니다. 지금도 한계는 뚜렷하게 보인다. 나는 그저 한계를 더 넓혀나갈 뿐이다. 도저히 성장할 수 없을 거라는 시기에도 결국 난 성장하더라. 그 시기가 있어서 나는 또 도전할 수 있었다. 




아무도 몰라주는 노력을 이어나갈 때마다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질 줄 알고? 모두가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순간에 나아가는 사람이 될 거다. 너희는 내가 끝일 줄 알지? 아닌데? 나는 더 할 수 있어. 다른 건 몰라도 끈기로는 절대 안 질 거야. 운동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속으로 항상 이를 갈고 있다. 절대 나약하게 안 굴 거야. 끝까지 할 거야. 



마음이 약해져서 미래가 어두워질 때면 내가 한 선택들을 떠올린다. 만약 내가, 자전거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늘지 않는 걸 비관해 운동을 포기했다면? 만약 내가, 단편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나의 오늘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랑을 찾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지금보다 행복할 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는, 정말,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그래서 타인이 나의 고통과 노력을 알아주면 행복과 쑥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런 나를 대견해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그럴수록 더 노력하고 싶어 진다. 조바심 내지 말자. 결국 나는 지도가 없는 곳에서도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믿자.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괜찮다. 지금은 원석을 만드는 시간이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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