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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May 27. 2023

그리고 한 달

금요일 저녁, 진짜 피곤한데 잠이 안 와서 이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겠다.


시간이 상당히 빠르게 지나갔다.


어렵게 다시 학생이 되어도 좋겠다는 각오를 이를 갈며 한번 했던터라 이 정도는 다 감당할 수 있었다.


출근은 늦지만, 야근을 안하면 내일의 일이 밀리게 돼서 야근을하고 집에 가서도 자기 직전까지 일을 마무리하다 잤다 지난4주동안.


주말에도 일주일에 하루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데 전화하고 문자하고 노트북하느라 정신이 온통 딴 데 가 있었다. 그래도 같은 공간에 있어서 좋았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셋째주 화요일 드디어 새벽 예배를 포기했다. 이틀에 한번 나던 코피가 매일 나기 시작해서 이러다 죽겠지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거의 2주 동안 새벽예배를 안가니 점점 코피가 뜸해졌고 오늘쯤 되니 안난다.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첫 출근 후 처음으로 정시 퇴근한 날.


이 미친 스케줄에도 첫 날부터 입에 달고 살던 단어가 있다. 행복해.


일을 하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지?


여기와서 평생 품어왔던 의문이 풀렸다. 아, 일을 하는데 재미가 있구나. 공부만 재밌는 게 아니구나.


그냥 면접 볼 때부터 느낌이 왔다. 처음 미국 가기 전 한국에서 기적을 마주했을때 그, 미국에서 느꼈던 그 수많은 순간들, 한국에서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그것. 결혼할 사람을 그냥 느낌으로 알았다고 하는 그런말이 이해가 되던 순간을.


그때는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두고봤다. 첫날부터 내린 결론이고, 4주는 이 결론이 틀리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가 오랫동안 하나님이 나를 위해 준비하신 회사고 사람들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몸에 하나씩 병이 생겼었다. 어디서는 두통을 얻었다. 아파본 적 없는 내겐 꽤 심한 두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게 없어지던 두통이 회사생활 말미쯤 계속 사라지지 않았었다. 회사를 관두고 없어졌다.

어디서는 꿈을 얻었다. 출근 후 두달 후부터 매일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물론 꿈에서 나는 대부분 회사에 있다. 현실보다 더 눈치를 보고 할  못하고 분한 마음으로 일어난다. 일어나서도 쉰  같지 않고 내 24시간이 모두 그들의 소유인것 같이 느껴져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이건 고쳐지지않고 나는 지금도 몇년째 매일 꿈을 기억하며 일어난다. 어디서는 병까지는 아니고 그냥 많이 시달렸었다.


내가 전전했던 모든 곳. 거기서 일은 일이었고, 나는 언제나 언제쯤 여기서 탈출해 집에 갈 수 있을까 매일 시간 체크만했다. 점점 이 전 회사보다 못한 초라한 곳으로, 낮은 곳으로 계속 내려갔다. 어디서는 심지어 변호사로 있지도 않았다. 마지막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학교도 면접이 쉽지 않았다. 내 생에서는 로스쿨로 공부랑은 끝내기로 합의봤었는데... 내가 어떤 맘으로 다시 학생이 되겠다는 결심까지 한건데... 내가 진짜 오죽했으면... 뭐 이미 익숙해진 실패였다. 그렇게 다시 공식적인 백수가 되었다. 중간 중간 쉬었던 시간들이 많아서 그렇게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이미 가라앉았고 앞은 캄캄했다. 영광은 기억하면 아파서 미국에서의 그 기적들도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살았다. 많이 아팠다.


기업에서는 왜 면접에 불러서 날 그렇게도 못되게 괴롭히는지. 그런데 왜 계속 서류는 붙여서 면접 연습을 하게 하는지.


한국사회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거의 모든 면접에서 모욕감과 수치심을 입었다. 미국은 단순히 추웠지만 한국은 드라이아이스였다고나 할까. 차가웠는데도 데인 상처가 평생 남는. 회사에 있는 한국인들이 무서웠다. 왜 그렇게 모두가 힘들게 사회생활을 살아내야 하는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했다. 그냥 기운이 안나니까 매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요 모두가, 나조차 나에게서 희망을 잃어버렸을 때 그 때 한번만 더 살려주세요. 이번엔 놓지 않을게요.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더 기다려야 되나요.


나중에 아빠가 말했다. 이 회사 직전에 지원했던 회사에서 연락이 안와서 그때는 내 진로를 뭔가 잘못 방향을 잡아줬나 후회했다고. 나는 그때 아빠가 나에게서 뭔가를 포기했었던 것 같았다.


나야 뭐, 이미 변호사로서는 망한 인생. 하나님이 뭐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그냥 있었다. 물론 부모님께 보고용으로 매일 회사에 지원서류를 내긴했다. 평화롭던, 내 예상보다 훨씬 짧았던 백수 생활이 끝이 났다. 모든게 급박하게 흘러갔다. 그얘기는 다음에 쓰고.


지금 쓰고 싶은건 어제 서글펐던 이유이다. 어제 내가 준비한 엄청 중요한걸 보스가 엄청 칭찬해주셨다. 기뻤는데 슬펐다. 나는 이게 내가 이전 회사 대표들에게서 누구들에게서 시달리며 터득한 기술들이었다는걸 아니까. 도대체 왜 나를 이런곳에 처박아두시나, 이러려고 나를 그렇게까지 많은 경험을 시키셨나, 하나님을 원망하고 울면서 버티던 시간들이었다. 이걸 주시려고 여기서 빛나게 하시려고 그런곳들에서 그런 사람들에게서 단련시키셨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쩜 내가 그렇게 꿈꾸던, 나는 도저히 만날수없을 것만 같은 이상형같은 보스를 주시고 동료들을 주셨나 아직도 한달이 안되서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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