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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Jun 09. 2023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한국에서의 기적이라고 말해도되려나

"너무 오래 기다렸어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딱히...

그동안 겪었던 그런 극적인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게 꿈이었던 것 처럼.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 처럼 붕 떴던 몸은 현실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많은 어른들이 했던 걱정과 저주가 섞인 예언같은 말들이 글자 그대로 현실로 이루어져 나에게는 정말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은 걱정 없이 다시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생각이 없었고 그때도 세상은 쉬워보였다.


그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렸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내가 어떻게 기적을 겪었는지 모르니까. 친구들하고는 무용담 겸 전도 겸 내 학생시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단한 어른들에게는 별로 재밌지 않을 얘기같아서 나누지 않았었다.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실 내 주를 기대했고 더 큰 기적을 기다렸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딱히 열심히 기도하지 않아도 그냥 살려달라는 그 말에도 많은 복을 쏟아부어 주셨던 내 주님이 그동안 열여놨던 하늘의 문을 닫으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략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친구들한테 계속 이야기했었다. 문이 닫혀서 안열린다고.


그래도 항상 혹시나 했다. 계속 기다렸다.

이번에는 혹시나.

그래, 이번에는 혹시나.

혹시.

아니겠지만 혹시나.

아닐 거 아는 데도 혹시나.

모든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었다.

그러면서 한동에서 미국에서 자유롭게 느낌가는대로 행동하고 말했던 모든 내 개성을 강제로 잃어버렸다. 여기와서 겪은 모든 문화에 억눌려 어느새 순종적이고 재미없고 기운없고 불만이 가득찬,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혹시나가 드디어 느낌표로 끝나는 순간. 그 오래된, 내가 아는 그 느낌을 느끼는 순간.

여기와서 패배자처럼 길들여진 내 사고방식과 행동과 말투와 태도를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기적이라고 부르련다."

화요일 저녁.

축하기념으로 그동안 계속 기도해주셨던 목사님 내외분을 대접하며 거하게 먹었다.

일주일만에 입사 가능하다는 웃긴 내말을 지키기 위해 내일 오전에 시간을 내어 아버지와 방을 보러 가기로 했었다. 전세를 알아보고 싶었는데 급하게 방을 구하게 되어 당장 현실적으로는 다른 옵션밖에 없었다. 모르는 동네라 회사근처 부동산들을 돌아다녀보기로했다.

좋은 컨디션을 위해 일찍 잤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위가 아파서 저녁 12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이번에는 큰 게 왔구나. 쉽게 못자겠구나. 라고 바로 견적이 나왔다. 평소보다 심하게 아팠다. 빨리 나아지길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를 틀었다.


그냥 가끔 보던 간증프로그램이 목록에 떠서 그걸 보고 다른거 또보고 또봤는데도 재미있어서 틀어놓고도 계속 목록을 보면서 다음걸 뭘로 볼지 구경중이었는데 어떤 목사님꺼가 떴다.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는. 마침 그 교회가 회사 근처라 교회 옮기는 건 절대 안된다던 어머니도 그 교회는 가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던 뭐 대충 그런 히스토리가 있어서 한 번 영상을 틀어봤다.


기대를 별로 안하고 봐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좋았다. 교회를 여기로 옮겨야겠다고 결정할 정도로.

그리고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해서 예배시간을 체크했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수요일에 방을 보러가기로 했었고 여기 수요예배가 우리 도착 예상시간에 시작한다. 혹시 이거땜에 깨우셨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미국에 있었으면 했을, 실행에 옮겼을 것 같은 행동이 생각났다. 하지만, 여긴 한국이고 분명 아버지는 그런 방식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살짝 기도했다. 아무 코멘트 없이 내 말에 따라주기를, 그럼 그걸 싸인으로 알겠다고. 하아.... 여긴 한국이다... 그래. 내 맘대로 하기에는 동행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한국에서 기적이 다시 일어났으니 나도 그에 맞는 내 방식을 다시 찾아가야할 때라고 생각해서 아침에 용기를 내어 미리 준비한 말을 조리있게 했다. 내 딴에는 괜찮은 계획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좀 별로일수도.


'그 동네에 도착해서 그냥 바로 그 교회 수요예배에 간다. 예배 끝나고 나가면서 목사님께 도와달라고 한다. 교인 중에 쉐어하우스 운영자나 공인중개사를 연결시켜 달라고 한다.'


아버지가 듣고는 그냥 알겠다고 하셨다. 너무 쉬워서 아, 싸인이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계획한 시간에 출발했고 회사였어야할 목적지는 그 교회로 설정했다. 예배시간보다 몇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살짝 미국 교회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늦었는데... 본당 문을 열고는 그때처럼 놀랐다. 우와 수요일 오전인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뒷자리에 앉았었고,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전에 먼저 나갔다.


설교를 했던 목사님이 서 있었고, 뒤에는 교역자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가시는 분들께 가볍게 멀리서 인사를 하는 목사님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얼마 안된 일인데 무슨 말을 했는지 왜 기억이 나지. 대충


"목사님, 안녕하세요. 어....... 저 ..... 혹시 도움이 좀 필요한데,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사정 이야기하기가 너무 길어서 그냥 결론부터 던졌다.

목사님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바로 뒤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봤다. 뒤에 있는 분들께 도와달라고 눈빛을 보냈겠지.

이 분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신다고 누구를 부르셨다.

교역자 두분 정도 나에게 달려오셨다. 그리고 목사님이 나를 그분들에게 넘겼다. 나를 구석으로 인도하는 그분들의 표정이 이상해서 오해하실까봐 다가온 분들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저 회사를 이쪽으로 다니게 되서 이 교회에 출석하려고 하는데요. 방을 구하려고 하는데 교인중에 쉐어하우스나 공인중개사 소개 좀 가능하실까요?"


대충 이렇게 진짜 빨리 말했다. 다행히 빨리 알아들으시고 그분들의 표정이 풀렸다. 알아보겠다고 다시 무리 중에 들어가시더니 이번에는 새로운 분이 오셨다. 해당 지역 담당이라고 그 지역에 있는 교인 중에 공인중개사가 있다고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 집사님과 통화했다. 금액을 물어보셔서 원하는 보증금과 월세를 말씀드렸다. 듣자마자 둘 다 내가 불렀던 금액의 최소 두 배는 되어야한다고 말씀하셔서 알겠다고하고 지금 방을 보고싶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밖에 나오셔서 시간이 안되고 2-3시간 뒤쯤 된다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아쉽지만 원래 생각했던대로 회사 근처 부동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괜히 내가 교회가자해서 귀중한 오전 시간을 날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예배도 좀 길었어야지. 그래도 여기 시세가 대충 얼마라는 인식은 생겼다.


이동하는데 그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분 뒤면 부동산에 도착하니 방보고 가라는 전화였다. 차를 안돌릴 이유는 없었다.


집사님과 만나서 인사하고나서 나보고 교회에 새로오신 교역자냐고 물어보셨다ㅋㅋㅋ 목사님 통해서 연락이 가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았다. 교역자는 아니고 여기 교회 새벽예배 다니고 싶어서 교회 걸어갈만한 집으로 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제일 이상적인 위치는 회사와 교회 중간이었다.


집사님이 먼저 어려운 상황을 짚어주셨다.

내 희망 가격보다 최소 두배는 생각해야했다. 어차피 잠깐 있다가 전세집으로 옮기면 될테니 알겠다고 했다.

날짜도 문제였다. 이 근방에서 나흘뒤에 입주 가능한 방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셨다.


일단 그 최소가격에 나와있는 빈 방을 보러갔다. 나쁘진 않았는데 교회에서 걸어가긴 힘든거리였다. 이동 중에도 계속 전화로 방을 물어보셨는데 계속 거절의 답변을 듣고 금방 전화를 끊으셨다. 뒷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빈방이 없어 초조한 마음으로 돌아다녔을 요셉과 마리아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너무 열심히 도와주시려고해서 안쓰러울정도였다. 집사님과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냥 오늘은 방 못구하겠구나라는 생각만 들었고 아무 생각도 없이 실려다녔다.


그리고 다른 빈 방도 봤다. 뭐 기대도 없고 아무래도 오늘 이 교회 근방에서 괜찮은 방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 교회다니면서 새벽예배 다니겠다는 야무진 꿈은 이미 버렸다. 회사 근처에 부동산으로 가보자고 아버지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인것 같은 3번째 방을 향해 가던길이었다.


집사님은 가면서도 포기하지않고 또 전화로 방을 물어보는데 이젠 기대도 없었고 전화 더 안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회사근처 부동산으로 갈 수 있게 우릴 이만 놓아주었으면 했다.


"뭐? 모에 모라고?"


그 입술에서 내가 처음에 말했던 보증금 액수와, 월세 최소 및 최대금액을 말했던 그 중간 액수가 나왔다. 순간 이건 하나님이 주신 방이라고 생각했다. 잴거도 없이 그 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집사님이 거기는 교회와도 가깝다고했다. 다시 기대를 했다. 이 방은 누가 살고있었는데 갑자기 연락한터라 방을 보러갈 수 없었다. 그래도 건물앞에까지 가보고 동네도 살폈다. 그냥 딱 좋았다. 다른 방들 봤을 때는 다들 하나씩 내가 원하는 조건이 부족했다. 근데 이 방은 모든 게 내가 원하던 조건이었다. 아직 마음을 놓을 순 없었지만 그냥 느낌이 왔다. 집사님 입에서 금액을 들었던 순간부터 느낌이 왔다. 이 동네에서 가능한 금액이 아니었다. 아버지 등뒤에서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바로 이 집 같애. 이거 하나님이 나 위해서 준비한 방같아. 나 이거 할래."


아버지도 느꼈단다. 우리는 방만 어떻게 생겼는지만 보면 계약하겠다고 했다. 방이 작다고는 해도 내일 집사님이 대신 봐주고 크기나 구조가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계약하겠다고했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길.

미국이었음 안그랬을텐데. 내 믿음은 이미 쪼그라들었다.

믿음이 적은 나는 아직 확인안한 회사 근처 부동산에 미련이 남아 회사 옆으로 돌아가며 전화해봤다.


폰으로 손품을 팔았을때는 분명 회사 바로 앞에 그보다 싼 방도 있었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내가 처음 부른 보증금, 월세, 날짜를 그대로 물어봤다. 거기보다 이 동네가 더  비싸단다ㅋㅋㅋㅋ


결국 부동산의 대답을 듣고 그제서야 미련이 사라졌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다.

그 교회에서 걸어서 20분거리.

새벽예배 가고싶다...





가끔 간다 그리고 그 날은 여지없이 코피가 난다...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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