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간호사의 취준일기. 그대는 한 순간도 빛나지 않던 적이 없다.
열 두 번째, 눈이 두 개인 이유는 양 쪽의 눈치를 봐야해서인가
나에게 소리지르시던 선생님이 늦게 출근한 것을 아는데 이미 약정리가 되어있는 걸 부서장님이 보셨나보다. 그 선생님이 10분만 일찍 출근하셨어도 내가 대신 약정리 했다는 걸 부서장님이 모르셨을텐데... 그 선생님은 부서장님에게 호출당하셨다. 약 5분 간의 대화 후, 부서장실에서 나온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다음 번에 내꺼 미리 정리해놓으면 혼날 줄 알아!"
아, 진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세상이었다. 내꺼 제대로 하기에도 바쁜데 눈치까지 봐야하는.
"네, 선생님...." 이래놓고 다음에 부서장님 없을 때는 왜 정리 안했냐고 화내시겠지.
그리고 나도 부서장님에게 호출당했다.
"00아, 너 왜 네가 선배들꺼까지 약 정리했니? 내가 분명히 저번에 약 정리는 본인이 알아서 하라고 했을텐데! 네가 그렇게 규율을 어겨버리면 내가 뭐가 된다고 생각하니?"
"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부서장님. 부서장님이 퇴근하신 오후 4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모든 허드렛일을 신규가 해야만 해요. 안그러면 다른 선배 선생님들께서 신규에게 눈치없다고 욕하고, 일을 가르쳐주시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넌 그런데 왜 일찍 출근한거야? 데이가 아니라 이브닝 근무라며!"
"아아, 제가 확인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바뀐지 몰랐어요. 이브닝 시간에 맞춰서 3시간 후에 다시 출근하겠습니다."
"그래, 그 때 보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나왔다. 집에 다녀오면 왔다갔다 한 시간일거고. 출근을 두 번해야 하는 날이라니. 일찍 출근했다고 혼나고. 나도 모르는 일정을 정말 몰라서 혼나고. 하라고 하는 일 했다고 혼나고.
난 내 두 눈으로 한 쪽만 바라보고 일하고 싶었다. 눈이 2개라고 해서 양쪽을 모두 바라볼 수는 없는데.... 내 눈이 두 개인 이유가 양쪽의 눈치를 봐야 해서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