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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윤원 Nov 20. 2020

미래가 없다는게 이렇게 절망적인 것인지 몰랐다

퇴사한 간호사의 취준일기. 그대는 한 순간도 빛나지 않던 적이 없다.

열 여섯 번째, 미래가 없다는게 이렇게 절망적인 것인지 몰랐다



첫 직장. 첫 사회생활의 시작에는 모두 꿈꾸는 바가 있을 것이다. 난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어떤 위치의 사람이 되어야지. 나도 그랬다. 나도 훌륭한 간호사가 되어야지. 환자를 위하는 간호사가 되어야지. 


하지만 현실은, 이 병동에 있는 사람들이 나의 미래였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내가 이런 사람들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 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융통성 없고, 예민하고, 후배의 말을 무시하고, 꼰대가 되어있을 거라니. 너무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살펴보았다. 다른 병동으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사고가 일어났거나, 병가를 가거나, 출산을 해서 휴가텀이 길어졌거나 해야만 병동을 옮기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 없이 병동이 옮겨지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 


정말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내 평생직장이 여기인 것인가. 진짜 미래가 없다는 게 이렇게 절망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느날 3년차 선생님이 로테이션을 신청하셨다. 검사실 같은 경우는 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내부모집을 했기에 3~5년차 선생님들이 많이 지원하셨다. 그 선생님은 우리병동에서도 일을 아주 잘하시는 에이스 간호사였다. 당연히 선생님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이유는 우리 병동으로 오고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이 선생님이 검사실로 가게 되면, 다른 선생님이 우리 병동으로 와야 하는데 일 많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 많은 부서에 누가 오겠는가. 간호팀장님이 직접 오셔서 그 선생님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능력이 있어도 좋은 자리에 못가는 이유가 이전 부서가 발목을 잡아서라니. 진짜 답이 없는 미래였다. 빨리 결혼이라도 해서 아이라도 낳아야 하나. 그래야 출산휴가 받아서 이 병동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내 머릿속은 남자친구도 없는데 결혼계획을 세우고, 아이를 낳고 있었다. 오직 이 병동을 벗어나기 위해서.


진짜 이 정도로 이 병동 이 환경이 싫은 거구나. 내 자신. 내 자신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미래가 없다는 것 그것은 희망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내가 이만큼 노력해봤자 어차피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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