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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May 10. 2021

캔버스에 그린 휘파람(Whistle)

큰 아들: 엄마~ 이젠 큰 캔버스에 그려보면 안 되나~? 맨날 작게만 그리지 말고 크게도 그려봐요~ 더 멋질 것 같은데~ 


애들 엄마: 아니 된다 아들아~ 실력도 없는 초보가 큰 그림 그리면 물감 낭비 캔버스 낭비~ 다시 말해 돈 낭비~~ 엄마는 연습이 더 필요하단다~

이미지 출처: www.pexel.com

그런 대화가 있고 며칠 뒤 녀석이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혹시 휘파람을 불 줄 아느냐고 물으시더란다. 어느 정도는 분다고 했더니 곡 보고 악기를 연주하듯 휘파람으로 멜로디 불어서 녹음하고 믹싱 하는 작업을 맡기셨다. 별 일을 다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악기 연주자들에게 주는 pay를 똑같이 해준다는 말에 녀석 입술이 붓도록 열심히 불었단다. ㅎㅎ 들어보니 입술이 성한 게 다행이다.


그랬는데 녀석 왈~ “엄마~ 캔버스 큰 거 내가 사줄까? 휘파람 불어서 번 돈으로 캔버스 두 개 정도 사면 딱 맞을 것 같은데~” ㅎㅎㅎ 녀석이 또 엄말 감동시킨다. 우짜든 둥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해 보려는 녀석의 따뜻한 마음에 행복하고 뭉클해진 애엄마. “그래!! 까짓꺼!! 뭐 망치면 좀 어때? 그러면서 느는 거지~ 우리 아들이 휘파람 불어 번 돈으로 사준 캔버스에 붓질 한번 해보지 뭐~~ 그 캔버스에 어떠한 그림을 그리든 그림의 제목은 무조건 <휘파람>이다~!!ㅎㅎ” 

이미지 출처: www.pexel.com

두 개의 큰 캔버스가 집으로 배달이 왔고 떨리는 맘으로 채워나간다. 제목이 휘파람이니 추상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음악에도 색상이 있으니 결결이 원하는 색감이 되도록 수도 없이 많은 터치를 한다. 어깨가 뻐근하지만 묘한 성취감이 느껴진다는 애들 엄마. 난 그저 어깨를 풀어줄 뿐이다. 추상화를 그리다 보니 그 안으로 점점 빠져 들어간다며 너스레를 떤다.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size: 101 cm  x 76 cm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여러 악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가득 매운 화음이 스피커를 통해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캔버스 뒤쪽에 음악이 나오면 소리에 맞춰 불빛이 바뀌는 LED 조명을 설치한다. 제목이 휘파람이지 않는가 말이지. 역시 사진의 완성은 인화(print)에 있고, 영화의 완성은 상영(exhibition)에 있고 아트의 완성은 전시(display)에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LF9Fmpz_6U

큰 애의 휘파람이 녹음된 곡은 아직 할리우드에서 작업 중이라 출시되지 않았다. 대신 최근에 작곡한 후 녹음, 믹싱까지 마친 작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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