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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Jul 19. 2022

몬타나 글레이셔 국립공원

Glacier National Park

독립기념일 연휴를 즈음하여 준비한 일정이 왕복 3046마일 4873킬로미터. 캐나다와 국경을 인접한 몬타나 주에 위치한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3년 전에 담지 못했던 사진을 찍으러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거쳐 솔트레이크 찍고 LA로 복귀 예정이다. 

달리고 달려도 길은 이어지고 지겨울 때가 되었다 싶으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피로를 잊는다.

캘리포니아 부자들이 여름 별장을 마련하고 휴가를 즐긴다는 곳인데 오느니 처음이다. 한여름 한낮 기온이 섭씨 26도 정도이니 더위는 들어설 곳이 없지 싶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2015년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곰한테 공격을 받았던 곳 몬타나주(洲).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유리창을 닦지만 덤벼드는 나방과 벌레를 감당하지 못함을 이해하시기 바란다.

하루 6시간씩 3일을 달려 도착한 캠핑장. 이름이 참 특이하다. “행복한 미망인 건강 광산?” 인터넷을 찾아보니 1952년부터 이곳 라돈 광산에서 불치병 치료를 받고 나은 환자들이 수천 명. 오기 전엔 알지 못했고 다만 Passport America 회원 50% 할인이 이유였는데 뜬금없이 몬타나에서 태극기를 보게 되니 반갑다. 주인장이 한국분인데 부인이 관절염을 심하게 앓아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2003년에 이곳에서 치료를 하고 회복한 이후 아예 캠핑장과 라돈 동굴을 인수하여 20년째 운영하고 계신다. 


http://merrywidowhealthmine.com/

수도와 전기 그리고 하수도까지 갖추고 있으면서 숲 속에서 캠핑을 할 수 있으니 지금껏 다녀본 캠핑장중 자연친화 수준으론 단연 최고. 캘리포니아에선 하수도는커녕 전기나 수도라도 엄두를 낼 수 없다. 차를 세울 수만 있어도 감지덕지. 

캠핑장 바로 뒤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 또한 정겹다. 몬타나를 가실 일이 있으면 이곳은 꼭 한번 묵으시라고 추천을 드린다. 

몬타나에 들어서니 캘리포니아와는 다른 산악지형이 우리를 맞이한다. 

메리 위도우 캠핑장을 떠나 4시간 정도 북쪽으로 달려 글레이셔 국립공원 동측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Two Medicine 호수. 이건 또 뭐여? 2개의 약이라니 여기도 건강 호수 그런 건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전에 양쪽 산기슭에 medicine lodge가 2개 있었는데 거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일단 이곳은 너무 크고 넓어서 걸어서 둘러보는 건 마음을 접어야 한다. 캐나다 밴프에 있던 레이크 루이스와는 록키 산맥으로 바로 이어져있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투 메디신 호수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니다. 결코 멋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정의 여유가 없다면 이곳은 우선순위를 낮추셔도 될 듯하다. 

투 메디신을 떠나 이제 세인트 매리 호수 지역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4일 만에 도착한 글레이셔 국립공원 세인트 매리 호수 근처에 위치한 캠핑장 존슨. 당초 국립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을 예약하려고 아침 6시 59분에 엔터키를 4일 동안 4번을 두드렸건만 이번에는 인연이 없는지 예약에 실패하고 확보한 사설 캠핑장이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전망이 기가 막힌다. 앞뒤로 세인트 메리 호수가 펼쳐져 있으니 모르고 잡았지만 캠핑장 전망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싶다.  이 정도라면 라베(라이프 베스트) 캠핑장.

다음날 아침 예사롭지 않은 붉은 기운에 밖을 내다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뛰쳐나왔다.

작은 카메라를 챙겨 들고 셔터를 눌러대고 있지만 뭔가 큰 렌즈가 필요함을 직감하고 얼른 카메라를 바꾼다.

새벽 공기는 상큼하고 아침 호수는 고요하다. 

주위 언덕이 높아 멋진 일출을 기대하지 않았으니 멋진 아침 풍경만으로도 행복해하고 있는 즈음 등 뒤에서 펼쳐진 무지개 쇼. 이 정도면 거의 횡재 수준이다.

카메라를 들고뛰어 가까이 서보니 무지개가 하나가 아니고 둘. 하나는 산 앞쪽 두번째는 고개 너머에 걸쳐있다. 

사진 찍으라고 미리 알고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빨간 트레일러 덕분에 그림엽서 한 장 건진다. 

무지개 쇼 관람을 마치고 돌아보니 고삐 풀린 망아지가 풀을 뜯고 있다. 이곳 몬타나는 자연도 사람도 여유가 만만이다.

카우보이들의 세상답게 말들도 지들 세상.

오늘의 메인 요리, 세인트 메리 호수. 구름이 레이어를 만들어 도와주는 날엔 사진 찍기 참 쉽다. 거기다 이곳엔 호수 한가운데 섬까지 있어 금상첨화.

세인트 메리라고 쓰고 산정호수라고 읽는다.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벨라지오가 제일 아름다운 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

복불복을 좋아하지 않으며 보트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한다. 참고로 대기자 순번으로 두 번 기다려봤지만 기회가 오질 않았다. ^^


https://reserve.glacierparkboats.com/

당초 계획은 정상에 위치한 로건 패스까지 올라가는 것. 길이 21피트 초과 차량은 Going to the Sun Road 진입금지여서 투어를 신청한 것이었으나 투어차량도 진입 금지

2주 전에 내린 폭설(폭우가 아니다)로 길이 무너져 현재 보수 중. 

멀리서나마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만년설을 느껴본다. 지구를 살리기는 해야 하는데 유가는 오르고 친환경은 남의 일이 되어버리고 있으니 큰일이긴 하다. 

서부개척 시대 이곳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있었고 이후 구리 광산도 발견되어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린 몬타나. 하지만 이곳도 백인들이 오기 전엔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2번의 인디언 전쟁이 몬타나에서 치러졌고 그만큼 치열했던 때문인지 이곳에 그 당시 존재했던 2개의 인디언 그룹을 상징하듯 2명의 기마 인디언 조각을 세워 놓았다. 캐나다 국경 입구에 설치해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오레곤에서 추방되어 몬태나를 지나 캐나다로 이주했던 추장 조지프가 인솔한 인디언 그룹이었지 싶다.  

다음날 글레이셔 국립공원 마지막 코스 스위프트 커런트 호수로 이동한다. 오스트리아 호수 분위기가 이럴 것 같다. 언젠가는 그곳도 가봐야 하는데…

바라보는 곳마다 호수가 풍경이 달라진다. 이른바 360도 뷰~

정면으로 보이는 산아래로 조세핀 호수가 연결되어 있다.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우니 보트를 타고 가는 게 좋은데 여름 성수기엔 그나마도 매진이다.

성인 1인에 35불이면 엄청 비싸다. 그런데도 좌석이 없다니 다행이고 고맙다.

저리 크고 넓은 호텔도 1년 전에 예약을 받기 시작하는데 1시간도 안돼서 예약이 끝난다. 

호숫가에 넘쳐나는 신기하게 생긴 야생화. 땅으로부터 중력을 거슬러 솟아오르는 힘이 느껴진다. 

가까이서 살피니 작은 꽃 덩어리. 

호수가 많이 있음에도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몬타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의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출발.


https://www.youtube.com/watch?v=Cbj1mIz-a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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