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근 개인전
기이한 생명체들이 온다.
육중한 몸에 네 발과 얼굴이 달린 괴수 형상이 보이고, 이것들의 코 부분은 뱀의 형상으로 길게 뻗어 만나 뒤엉킨다. 다리가 네 개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부재한 물고기와 불분명한 조류과의 어떤 새. 괴식물의 뿌리들은 얽히고 섥혀 어설픈 인간의 형상이 된 듯 하다. 거친 생명체 하나를 피워내기도 한다. 꿈속에서나 볼 법한 형상들을 붙잡아다 차디찬 금속으로 표현한 이것들은 다 무엇인가.
온갖 기형적인 것들이 앞으로 다가올 끔찍한 미래를 친절하게도 그려준다. 구태여 피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 하나의 형상이 꽤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니까. 어쩌면 난 이 차가운 기형 조각들에 숨겨진 희망같은 것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양태근
양태근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편안하게 느끼는 형태나 형식으로부터 벗어난 감각을 건드린다. 불편한 감각은 우리에게 인류 문명의 그림자를 되새기며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요청한다. 인류는 편의성 혹은 효율성이라는 기치 아래 문명을 일구어왔고,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에 인간은 동물적 무질서와 혼란에서 벗어나 소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명은 흉기(凶器)가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인간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도록 고안된 것들은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양태근 작가의 작업실 한 쪽에 부조 형식으로 전시된 스펀지 조각들은 위기의 순간에 처한 자연 생명체들의 죽음을 알리는 ‘현재의 흔적’이자, 우리가 그토록 외면하려 했던 이기적 인간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미래의 흔적’이다. 스펀지로 만든 동물 형상들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잔인한 타이어 자국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옆집예술, 김나리(독립기획자, 미술비평)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