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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Feb 14. 2021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

한효석 개인전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Who is making this beautiful place a hell!), 2016-18, 합성수지



어떤 작품은 뼛속까지 자기 자신을 반추하게 만든다. 

한효석(1972-)의 라이브 몰드 기법(실제 인체를 모체로 거푸집을 뜨는 방법)으로 제작된 극 사실주의적 나체의 인물들은 그 적나라함 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그것들이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해 목을 메달고, 부서져내릴듯한 나무 상자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은 더 큰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한효석의 조각들은 묻는다. 우리는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 적나라한 나체 앞에 서서 수치심과 부끄러움같은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는 우리 자신이 바로 여기에 대한 대답이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불안한 세대, 선택받은 소수가 있는 우리의 사회 구조, 피부색이 다른 인종간 차별의 문제같은 거창한 문제의식 이전에, 그의 작품들은 위태롭게 서서 묻고 있는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문제를.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는 이유 말이다. 


희고 투명한 피부와 검고 구릿빛이 나는 피부는 죽음 앞에서 동등해진다. 인간의 잘린 목 대여섯 개는 줄줄이 줄에 꿰어져 한 다발의 돈뭉치와 동일한 무게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균형과 차별, 불평등에 대한 이토록 명쾌하고 흥미로운 풀이라니. 극도의 거부감 속에서도 한참동안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불쾌함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Installation view of  불평등의 균형, 2018, 아트사이드 갤러리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2(Who is making this beautiful place a hell 2), 2016-18, 합성수지


불평등의 균형, 2018, 합성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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