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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Feb 16. 2021

꽃, 숲

최정화 개인전

Installation view of 꽃,숲, 2018, 최정화, MMCA



예술이기를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예술이기를 자처하지도 않는, 최정화의 꽃,숲. 


미술사나 종교에 관한 해박한 지식도, 예술은 무엇이고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 따위의 질문에서 완전히 탈피하고자 하지만, 흘러온 시간에서 묻어나는 손때와 정신이 묵혀져 만들어낸 것들이 결코 이러한 것들에게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하는 최정화의 숲을 거닐어본다.


이 숲에는 쉽사리 삭지 않는 플라스틱 바구니와 돼지 저금통, 소반, 나무 반짓고리, 빗자루와 수놓은 벼개와 제삿상에 오르는 제반과 장 담그는 항아리 장독, 떡 쪄내는 찜기와 소반이 있다. 우리 어머님들 마른나물과 장아찌 반찬 정성스레 담아냈던 크고작은 그릇 식기들이 다 여기에 있고, 제삿날마다 몇십번씩 상에 오르락 내리락 했을지모를 제반부터 차를 내오던 나무소반들이 쌓여있다. 이건 우리 일상의 손때가 만들고 피워낸 또 하나의 숲이자, 꽃. 가장 삭고 묵은 것들이 피워낸,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의 숲이다.


누군가 예술은 불안이고, 풍자이고, 세상의 음울한 이면을 기꺼이 뒤집어 까 보일 정도의 용기정도는 보여야 한다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은 것이 화려하고 유쾌하게 태어나는 그 모습은 유일무이 하고, 독보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모두를 미소짓게 하는 이 친근하고 즐거운 풍경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Installation view of 꽃,숲, 2018, 최정화, MMCA


꽃의 향연, A Feast of Flower, 생활그릇, 2015


꽃의 향연, A Feast of Flower, 생활그릇, 2015








최정화

최정화는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빗자루, 풍선 등 일상에서 소비되는 흔하고 저렴한 때로는 버려진 소모품을 활용하여 다양한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비재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업방식은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급속한 경제성장이 빚어낸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일면을 담아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지역성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작가로 주목 받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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