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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Feb 16. 2021

찰나와 영원

파에즈 바라캇 (Fayez Barakat) 개인전



때때로 이미지는 섬광처럼 다가옵니다.
Sometimes images come like a flash.

Fayez Barakat



형형색색의 크고작은 점들이 캔버스에 가득 채워진다. 

여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두텁게 찍힌 수많은 점들을 반복해서 찍을 때, 파에즈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팔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고도 하고, '어떤 힘이 나를 통해 그린다'고도 표현한다. 신내림처럼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움직인다고 표현한 점이 작품을 신비롭게 느껴지게 하는데, 정말 신이 맞다면 그건 아마 예술의 신이나 창조의 신 쯤 될 것이다. 혹은 절박한 자에게만 나타나는 영감의 신 이거나.


에너지를 응축해 그 실체를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명상하는 불자의 자세처럼, 내면을 읽는 수행자의 과정이 이루어진 그림들을 많이 보았다. 노상균도 그렇고 김환기도 그렇다. 결과물에서는 차이점이 있을 지라도, 과정은 분명 유사한 부분이 있다. 최근에 본 Rony Horn의 점찍기 또한 그랬을까? 고심의 긴 과정에 수없이 많은 반복적인 점을 찍어낸다는 점에서, 철학적 사유가 그림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문득 윤형근 화백이 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사람이 점 하나 찍어야 아름답다. 먼저 사람이 바로서야 한다. 그 품격이 그림에서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이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사람이 비도덕적이든 어떻든 간에 예술가에게 온다는 그 영감이란것은 누구에게나 올 것이며, 도덕적 잣대와 예술 창작의 자유. 이 둘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동양의 정신에서 비롯 된 점찍기는 그러니까 다르다. 바라캇은 서양인으로서 동양적 수행의 점을 무던히도 많이 찍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화가는 자신이 명상을 통해 영적인 여정으로 나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에너지와의 조우를 점으로 찍어낸다. 
영원한 시간 속에서 흘러 넘치는 에너지의 흐름과 마주칠 때마다 
화가는 호흡을 잠시 멈추고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로 화폭을 채워 나간다. 

이러한 화법은 불교의 수행적 과정과 유사하다. 
시공을 초월한 찰나의 몰입을 통해 내면으로 흘러 들어온 
에너지를 응축시켜 점을 찍어 나가면서 화가는 현재 위로 시공간을 뚜렷하게 재구성한다. 

반복적으로 점을 찍는 행위는 내면과 세계가 
신체를 통해 연결되어 궁극적 통일에 이르게 하는 수단이다. 
점들이 나열되고 중첩된 캔버스는 시공이 얽힌 무한의 우주가 된다.

명상에 잠길 때마다, 
나의 의식은 미지의 세계를 통해 망각으로, 
공허로 닿는 영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명상을 통해 나는 어떤 것, 또는 어떤 장소를 시각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색과 형으로 등장하는 존재와 마주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이끌려 캔버스 위에 내가 본 것들을 표현한다. 

Frayez Barakat







파에즈 바라캇  Fayez Barakat

파에즈 바라캇은150년 전통을 가진 고대 예술 갤러리인 바라캇 갤러리의 소유주이자 세계 최대의 고대 예술품 수집가이며,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작가이다.그의 작업은 형과 색에서 대담하고 에너지 넘치는 변주를 선보이며,자신의 다양한 수집품에 견줄만큼 특정한 문화와 시대와 취향에 한정되지 않는 편견없이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다.한 스타일을 고수하기를 거부하고 하루에도 여러 다른 기법을 사용하며 방대한 작업량을 소화하는 그의 방식은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가는 수련의 태도와 닮아있다.파에즈는 어떤 외부의 힘이 자신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한다고 표현하는데,자신의 그림은 무의식적인 ‘에너지의 장’에 몰입함으로 만들어지며,보는 이도 이 에너지의 힘에 이끌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대 예술품 사업으로 세계적으로 한 획을 그은 파에즈는 현재 회화 작업에 온전히 그 에너지를 쏟고 있다.수 많은 고대 예술품을 다룬 오랜 경험으로 다양한 시대,종교,문화의 경험이 녹아 든 그의 미적 세계는 교육과 제도로 고착화된 담론을 넘어서 몸과 감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예술 경험의 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바라캇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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