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티니의 오페라 <토스카>
너무 덥지 않은, 햇살이 기분 좋게 비치는 토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오페라를 보러 갔다. 첫 공연을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 하는 경험에 기대가 됐다.
오페라 공연장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만 봐 와서 장소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크고 넓은 웅장한 홀과 무대 앞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그리고 붉은색 천으로 뒤덮인 좌석들. 아슬아슬하게 정시에 들어간 나와 친구는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고 s석에 앉았다. 무대에서 좀 멀리 떨어진 위층 자리였다.
토스카는 이탈리아 음악가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이다. 그가 만든 오페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토스카’, ‘투란도트’, ‘나비부인’ 등이 있다. 그의 오페라는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들이 등장하며 자극적이고 극적인 연출이 특징이다. 그는 동양의 이국적인 배경을 적극 사용하기도 했다 (투란도트, 나비부인).
한 비평가는 푸치니에게 “당신 같은 대가는 여성들만 주인공으로 하는 신파조의 작품 말고, 가리발디 같은 국민적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롱하듯 묻자, 푸치니는 “좋지요. 그런데 그는 전 이탈리아에 오스트리아, 남미, 미국까지 너무 많은 일을 해 그걸 모두 담으려면 10시간짜리 공연이 돼야 하는데 거기에 따른 제작비를 대실 건지요?”하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황승경, <시대가 요구한 인물 만든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를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감정의 해방,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함일 것이다.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정과 내뱉기 어려운 대사들과 대부분이 한 여인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장면에서 우리는 비극이 주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이유와도 비슷하지만, 오페라는 특유의 극적인 연출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으로 인해 더욱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몰입시킨다.
주로 한 여인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오페라에서, 프리 마돈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끊임없이 울리는 그녀의 아리아에는 사랑, 슬픔, 부조리, 배신, 질투 등 삶이 담겨있다. 현대에 들어서 이탈리아어로 나오는 오페라를 모니터를 통해 한국어 자막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과학기술의 발전!) 아리아의 울림뿐만 아니라 그 내용까지도 더 깊이 즐 길 수 있게 되었다.
토스카는 그녀의 삶과 사랑에서 매우 적극적인 인물이다. 연인 카바라도시에게 자신의 애정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그가 그린 막달라 마리아의 그림을 보고 다른 여자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질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용감하게도 카바라도시의 목숨을 살리는 대신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 스카르피아를 칼로 죽이는 대담함과 카바라도시가 연기로 총을 맞은 척을 하면 그와 함께 도시를 탈출할 계획까지 세우는 치밀함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스카르피아의 간교로 총을 쏘는 척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진짜로 총을 쏘아서 죽인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적극적인 인물인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척해나간다. 그녀가 앞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에 대한 구축으로 인해 고문받는 연인을 위해 스카르피아에게 숨겨둔 정치점의 행방을 털어놓는 그녀에게서는 실망감보다는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2막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는 신여성적인 토스카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푸치니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들은 입체적이다. 그녀들은 마냥 순수하지만도 마냥 착하지 만도 않다. 그녀들은 삶을 솔직하게 노래하고 사랑에 질투 하고 저항한다.
오페라에서는 특히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녀를 ‘프리마 돈나’라고 합니다. ‘최고의 여자가수’라는 뜻이지요. 여성들은 다소 불편한 일이지만,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는 대부분 죽습니다. 그 방법도 참 다양해서 토스카는 성벽에서 뛰어내리고, 카르멘은 애인의 칼에 찔리고, 아이다는 연인과 함께 동굴에 생매장당하지요.
왜 오페라의 여주인공은 다 죽을까요? 그 이유는 오페라의 탄생이 그리스의 비극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세상의 모든 악과 슬픔을 여성의 죽음으로 씻어내고자 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희극보다 비극에서 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하더군요.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들도 하잖아요.
[출처: 중앙일보] 아이다·카르멘·토스카…왜 오페라 여주인공은 다 죽을까
오페라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극의 바탕에 훌륭한 멜로디를 선사해준다. 특히 중반에 교회 찬송가를 부르러 달려 나온 아이들과 천장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스테인드 글라스 패턴이 있는 십자가, 오케스트라의 반주, 돌아가는 무대의 합작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는 간교한 스카르피아 등장 이후의 시종일관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다시 밝게 환기시켜주고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억눌러있던 감정의 해소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오페라를 특히, 푸치니의 극적인 오페라를 보러 가기를 권하고 싶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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