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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마 May 29. 2021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카멜 다우드는 파리 피카소의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지낼 것을 제안받는다. (물론 경비원들을 대동하고) 전시는 <1932년 피카소, 에로틱했던 해>이다. 그 하룻밤 그림들과의 동침을 바탕으로 쓴 책이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이다. 


제목에도 나와있듯, 그는 피카소의 생애와 그림에서 읽히는 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마도 아랍인의 눈으로 본 그의 자유롭고 노골적인 태도는 아랍문화에 빗대어 생각할때 많은 시사점을 줬을 것이다. 


작가는 알제리 출신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이고 여성들은 대부분 외출 시에 히잡을 쓰고(법적으로 남녀평등이 보장되어 있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남녀가 흔히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성적으로 매우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작가가 피카소의 노출증적이다 못해 해체적인 그림을 보고 그가 배워온 성관념을 다시 훑어보며 피카소와 여성의 육체를 낱낱이 읽어나간다.


그는 아랍인 출신의 저널리스트로서 프랑스를 그냥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그렇지만 그는 한탄을 하며, 원망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필경사의 마음으로 이곳에 왔음을 알린다. 

그는 알제리에서 태어났으며 지하디스트이다. 즉 그에게 에로티시즘은 억눌러야 하는 것. 분출할 수 없는 것이다. 


일신교들이 내 성을 맹렬히 억누르는 것은 성이 그 종교들의 서약이나 교리와 반대되는 의미에서 내 안녕의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은 나에게 행운인 동시에 후회스러운 수수께끼이다.
- p.20



그는 전적인 점유를 시도했다.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소유의 광기 없는 에로티시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유당하지 않는다. 언어가 틀렸다! 우리는 소유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나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 p.46


결국 사랑은 서로를 소유하기 위한 (소유한다는 것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니까.) 일종의 사랑의 권력 다툼이라는 것이다. 


피카소는 그녀의 뮤즈였던 마리 테레즈를 만나고 그녀를 그림으로서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했다. 결국 모델이라는 위치에서든 그림 속에서든 테레즈는 철저히 수동적이었고, 피카소에 의해 관찰당하고, 또 해체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멋잇감이고 정신적인 휴양이고 그의 천재성에 불을 지필 장작더미이다.


훗날 마리 테레즈가 말하길, “그는 일단 여자를 강간했죠. 그런 다음에 일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젊음과 순수함에 이끌려 그녀를 취했던 피카소는 그녀가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고 격식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녀를 버린다. 그녀는 이후에도 피카소를 잊지못하면서 비참한 생애를 맞이한다. 그가 만난 대부분의 여자들은 피카소에 의해 파멸되었다. 그는 사랑있어서 갑이었을뿐만 아니라 파괴자, 약탈자 였다.


이 책은 피카소의 작품을 통해 떠올리는 알제리의 문화와 종교 정신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린 여자를 착취했던 천재 예술가를 보는 아랍인 지하디스트의 에세이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여자를 남자의 도구, 남자의 야망을 위한 길목에 딛는 다리 쯤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장들은 그냥 읽으면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관념적인 단어들이 나열이 되어있다. 아마 언어를 바꾸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겠지만, 깊어 다뤄야 할 주제들을 짧은문장에 담으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사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은 읽진 않을 것 같다. 

그는 여자를 봉헌물, 먹잇감으로 피카소를 사냥꾼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의례를 상상하는 자신에게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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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4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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