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조용한) ADHD인 인터뷰
ADHD(이하a라고 표기한다.)(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주체할 수 없이 삶이 허무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고 이유 모를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다. 한달에 한 번씩 오는, 달의 주기와 맞물리는 가임기 여성에겐 피할 수 없는 사건의 일주일 전쯤부터 이러한 징후가 나타난다. 그런 날,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배설하듯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의 우울 내력들…나는 왜 태어났고 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으며…한탄과 자기연민을 한가득 정신과 커뮤니티에 올렸다. 누군가의 동정을 바라고 쓴 것은 아니었다(거짓말 일지도) 일단 이것들을 내보내지 안 되면 안 되어서 그랬다. 이런 배설물 같은 글에도 반응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게 지금 알고 지내게 된 J이다. 우리는 힘들 때 서로 격려하고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친구로 지낸다. 그는 나보다 2살 어린, 대학교(경제학과) 마지막 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이다. 그녀는 최근에 자신이 a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약간의 집중력의 어려움에도 a를 호소하는 요즘이다. 인터뷰어와 비슷한 나이대의 이질병을 앓고있는 이의 삶이 어떤지 궁금했다. 그녀는 어떻게 a와 a를 동반하는 다른 질병들에 대처하며 살고 있을까?
언제 자신이 a라는 것을 알게 되었나? 혹은 이와 관련된 경험담이 있다면?
25세인 올해 7월 초에 처음 의심을 한 후 2주 뒤 진단받았다. 어느 날 자기 전 침대에 누웠는데 나 자신이 문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다. 원래 밤이 되면 감성적으로 되거나 난해한 생각을 잘하곤 했는데, 그날은 유독 견디기 힘든 날이었던 것 같다.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에 내 문제점을 써 내려가다 문득 a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 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직감적인 경험이었다. 그 전에 유튜브에서 a를 가진 사람들이 나온 영상도 몇 번 봤었는데 내 일인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a에 대한 글과 영상을 찾아보았다. 많은 증상이 내 얘기였다.
어떤 유튜브 영상이었는지 기억하나?
대부분의 영상을 본 것 같은데, 시간 관리에 대한 것. 난 조용한 a라고 불리는 주의력 결핍형이다.
처음엔 내가 a일 수도 있다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문제가 가득했던 과거 경험을 떠올릴수록 의심은 점차 확신이 됐고 병원에 검사 예약을 했다. 약 2주 후에 CAT와 뇌파검사를 했고 주의력을 평가하는 CAT에서 경계와 저하가 떴다. 정상인 영역도 있었지만, 결과지의 제일 마지막에 있던 소견서에는 ADHD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뇌파검사에선 깨어있을 때도 잘때 나오는 뇌파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정상인의 뇌파와 나의 뇌파를 비교해서 보여주었는데 일반인인 내가 봐도 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에 알게 됐지만 나는 기면증도 의심돼서 검사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기면증 판정을 받아 기면증 약도 복용중이다 - 인터뷰어)
인터뷰어는 너무 어렸을 적 진단을 받은 터라 a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별 감흥이 없었다. 처음
a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아 진짜 맞구나.'싶고 떨떠름했다. 약을 처음 먹은 날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걸 경험하고는 지금 까지 반쪽짜리 인생을 산 것 같았다. 지금까지 겪은 문제들 중 많은 것들이 a때문이라는걸 알게되고 이 작은 약 하나면 해결될 문제로 나는 너무나 손해를 보고 산 것 같았다. 처음 한달은 너무 우울하고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체념했다. a를 진단받고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지만, 후련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게 있다. 자신의
의지 문제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아는 다른 사람이 있나?
인터뷰어P 당신과 a가 매우 의심되는 친구 한 명. 가족도 모른다. 가족들에게는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말하고 싶지않고 몰랐으면 좋겠다.
이유가 뭔가?
내가 a일 리가 없다고 코웃음 칠 것이며 날 유난스럽고 문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취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방구석 의사이다. 병원에서 전문의가 설명을 해주는데도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또한 내가 a라는 걸 받아들인다 해도 내가 힘들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의지로 극복하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해는커녕 존중도 받지 못한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할지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그냥 a 가진 애로 볼 것 같아서. 문제 있는 애, 덜떨어진 애, 배려가 필요한 애로 생각할까 봐. 솔직히 약간 창피하다 신체적인 문제라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신적인 결함이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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