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마 Mar 30. 2024

사실은 받아들이는 자의 몫
영화 <추락의 해부>

남편이 추락했다

독일인 유명 소설가 산드라와 그의 남편 사무엘 그리고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다니엘은 프랑스의 외딴 산간 지역에서 지낸다. 산드라가 집에서 책에 대해 인터뷰하던 날, 남편 사무엘이 집 밖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목격자는 집 안에 있던 산드라 그리고 산책에서 돌아온 아들 다니엘과 안내견 스눕. 남편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에 대한 의문점을 남기고 유일한 용의자가 된 산드라는 치열한 법정 공방을 시작한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 것인가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영화는 스릴러, 미스터리,법정 드라마 혹은 가족 드라마 어느 것 하나라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다른 법정 미스터리들이 그러하듯 반전이나 숨겨진 사건의 내막 따위는 없다. 감독 쥐스틴 트리에는 그저 냉철하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검사는 산드라를 남편을을 둔기로 쳐서 추락시킨 살인자라고, 변호사 측은 (아내보다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격지심과 사고로 얻게 된 아들의 시각장애가 자신 탓이라는 죄책감)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사무엘이 자살 혹은 약물에 의한 사고사였으며 산드라는 무고함을 주장한다.

영화는 아들 다니엘의 관점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증언, 경찰의 사건 재현, 과학 수사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 하나 명쾌하게 한쪽을 가리키지 않는다. 배심원들과 판사들이 기대야 할 것은 사건의 정황과 인물들의 기억 그리고 증언이다.

여기서 아들 다니엘의 증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면 영화에서 재판의 키를 쥐고있는 것은 산드라가 아닌 다니엘일지도 모른다. 각자 자신만의 사실을 품고 있고 그 사실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중요해진 법정에서 다니엘은 사실의 빈공간을 채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혼의 해부

한 남자의 죽음을 두고 부부의 사적인 생활들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언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산드라의 자전적 소설과 사건을 엮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사적인 대화, 싸움은 재판장에서 공개된다. 아들 다니엘은 부부관계에 대해 자신이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며 상처받는다.

이러한 장면은 어딘가 익숙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모 연예인의 내밀한 역사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철저하게 해부된 이야기들은 포털, SNS에 퍼지고 와전된다. 억측은 점점더 큰 파국을 불러온다. 영화에는 이런 상황이 당사자에게 어떤 상처와 인생의 상흔을 남기는지 건조하게 보여준다.


수상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재판 내내 공격적인 검사의 태도에도 그녀는 감정을 격발시키지 않고 차분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지적인 여성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추락의 해부>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스눕독을 연기한 메시 또한 영화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는데 견공에게 부여하는 팜도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작가의 이전글 수프 그리고 이데올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