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널스타일리스트 Mar 01. 2022

코로나와 마주한 간호사

#3

째날


어제 낮에 잠을 많이 잔것도 아닌데 뒤척이다가 새벽4시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늦게 잠든 탓인지 중간에 깨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당연하게 목의 텁텁함을 느끼면서 기상하게 된다. 입과 혀 그리고 목 전체에 가장 건조한 시간이 아침 기상하는 이 시간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먼저 확인하는 것이 이제는 편도가 얼마나 부었는지였다. 어제 Mallampity Grade가 2.5점이었다면 오늘은 완벽하게 3점이었다. 근데 편도는 아침에 리스테린으로 가글을 하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면 그나마 가라 앉는다. 그래도 하루종일 침을 삼킬때면 목젖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통증을 느끼곤 한다.


 허리통증도 조금 좋아졌나 싶었는데 기침 한번에 그 생각을 깔끔하게 잊게 해준다. 바른자세에서 기침을 하게되면 마치 허리에 뼈가 하나 튕겨나간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통증이 오면서 1~2초간 요추 4번5번 근처와 오른쪽 골반 능선을 타고 올라와 마치 지진 후 여진을 느끼는 것 처럼 통증이 이어온다.


 그래서 특히나 아침에 기침을 할때면 몸을 엎드리거나 침대에 누워 옆으로 누운채로 기침을 하고있다. 몸을 조금 구부리면 기침을 할 때 허리 통증이 덜하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은 어제보다도 좋은 느낌이었는데 걱정되는게 없진 않았다. 잔기침을 하는 빈도가 조금 더 늘었는데 잔기침을 할 때마다 가래가 계속 나왔다. 그래서 화장실을 반복해서 왔다갔다를 아침에만 10번은 넘게 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은 후부터 대변을 못보고 있다.


 먹는것은 입맛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삼시세끼를 다 챙겨먹고 있는데 3일째 소변말고 나오는 것은 없으니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유산균과 요구르트를 마시고 조금 신호를 기다려 봤는데도 그분이 오시진 않았다. 보통 요플레나 요구르트를 마시면 신호가 바로바로 오는 체질인데 아무래도 매일 종합감기약과 해열제, 진통제를 많이 먹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긴게 아닌가 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수분 섭취량을 계속 늘렸고 점심식사 후 대변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가스는 계속 나오는데 대변을 보질 못하니 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게 아닌가라는 걱정은 했지만 억지로라도 볼 수 있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오늘은 파트장님에게 개인적으로 전화가 왔다.

“몸은 좀 어때요? 혼자 집에 있는데 식사랑 약은 잘 챙겨먹고 있나요?”

내 개인적인 안부를 물어주시고 다행히 병원에서 밀접접촉이 있었던 3명에 대한 PCR검사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파트장님에게도 인사를 드리며 전화를 끊었는데, 나보다도 1주일 더 먼저 양성 판정을 받으시고 자택치료중이신 파트장님 목소리가 더 안좋아 보였다.


 나는 그래도 집에서 목을 아끼며 쉬기라도 하지만 파트장님은 집에서도 계속 업무 보고를 받으시고 목을 쉴 틈없이 쓰고 계시니 거의 1주일이 지난 오늘이지만 대화 중간중간에 기침을 계속 하시면서 아직도 코로나와 힘튼 사투를 벌이고 계신 것 같았다.


 오늘도 코로나 확진자는 서울에서는 3만여명, 총 16만여명이 나왔는데 우리 부서에서도 2명이 추가적으로 유증상을 호소하여 PCR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반인들 뿐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역시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그 숫자에 정말 코로나가 코 끝을 닿을듯 가까이 다가왔음을 더욱 실감하고있다.


 계속 밖을 못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근육이 뭉치는 것 같고 몸이 둔해지는 것 같아 오후에는 폼롤러를 가지로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고 허리 근육을 조금 풀어주기 위한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항상 밖을 돌아다니던 내가 집에만 있으려니 몸이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보건소에서 따로 연락은 안오나보다 싶었을 찰나에 오후 5시52분 우리 구 소속이 아닌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안내 문자가 왔다. 어제 내가 불평했던 부분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나 문자에서는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문과 비대면진료가능 병의원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이런건 양성 통보를 받은 당일에 바로 보내줘야 혼란이 없을텐데 7일 격리중 3일째에 온다는 것은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 허용할 수 없는 타이밍인 것 같다.


 그리고 오후8시47분에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영등포구보건소 역학조사TFT팀에서 왔는데, PCR 검사 당시에 영등포구 소재 주소지를 내가 적어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는 따로 문의 전화나 메일도 보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 속마음을 다 알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라도 연락을 주는 것일까? 내가 아픈건 모르고 내가 불평있는 건 잘 아닌가 라는 잠깐 꼬인 생각을 했었다.


 보건소에서는 현재 전국적인 확진자 폭증으로 오늘 지속적인 확진자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점에 대하여 사과하였고 격리 상황 유지를 당부했다. 정말 하루가 멀게 15만명 이상이 매일 나오는데 그 신규 확진자들을 다 대응하기란 너무 부족한 인력일 것이다.


 다행히 나는 목이 아프면 목감기약을 먹고, 입이 마르면 계속 수분 보충을 해주면서 몸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이제 상비약도 모두 떨어져 가는데, 내일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이니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예정이다.


 부디 오늘 저녁도 몸과 목이 모두 메마르지 않도록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요즘 더욱 절실하게 필요성이 느껴지고 있는 가습기를 가장 강한 세기로 틀어놓고 잠에 들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와 마주한 간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