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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지 Sep 26. 2023

서울대공원 동물원

다둥이카드 소지자 무료입장

과천에 서울대공원이 있다.

산 전체가 동물원이라 어차피 한 번 방문에 다 못 보기 때문에

여러 번 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곳의 거대 새장을 특별히 좋아하는데 말이 새장이지 이 새장 안에는 폭포도 있고 연못도 있고 높은 바위도 있고 아무튼 새들의 아파트 대단지 급인데 이곳에서 이국적인 느낌의 새들이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다.

이곳이 왜 매력적이냐 하면, 틈으로 얘네를 바라보자니 나까지 엄청나게 평화로워지는 그런 묘한 힘이 있는 곳이다.

그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무념무상함에 있다.





부리로 세월아 네월아 자신을 다듬고 앉아있거나

아무 생각 없이 물에 둥둥 떠다니던가

대단하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저 존재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새들을 보며 알게 되었다.

위대한 일들을 이루려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냥 살아도  

된다고.





내 삶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거대한 새장이 쳐져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 안에서 내가 위대한 일, 대단한 일을 이루려 애쓰지도, 못 이룬다며 불행해지지도 않으면서  

그리 대단하지는 않으나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을 하며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냥 그대로 딱

평화롭고 아름다울 수 도 있겠다고

동물원에서 마음의 평안 한 조각을 얻어가 보는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분홍빛의 펠리컨이다.

얘네는 존재감 있게 걸어오다가 갑자기 물속에 대가리를 푹 처박고

정지화면처럼 그대로 잠시 있다가

입을 떡 벌리고

물고기를 하나 꿀꺽 삼킨다.

그리고 정말 맛있게 먹는다.  

물 속에 대가리를 박고 입을 벌린채 가만히 잠겨있다.       그는 진지하다.


오호.

한 수 배우고 갈게요 펠리컨 선생님.


"인생 별거 있나. 잘 묵고 살면 된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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