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서 10월이 지나는 동안 나에겐 어느새 1급이라는 급수가 생겼고 초단을 바라보게 되었다.
검도를 하면 할수록 1단이 되고 2단이 되고..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검도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 또는 특정 상황에서 내가 놓지 말아야 할 자세였다.
오늘의 수련에서
3단 아저씨가 나에게 칼이 밀리면 안 된다고 알려주셨다.
못 쳐도 칼은 밀리면 안 된다고 자기가 들어올 때마다 내가 밀린다고 하셨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는데, 나는 삶을 살아오는 데 있어서도 누가 밀면 하염없이 밀리는 쪽으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자각이 들었다.
한 번도 힘을 딱 주고 나를 공격하는 포스를 정면으로 되받아쳐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식의 삶은 주로 평화롭게 흘러갈 뿐이고 이런 자신이 올바르다는 생각 속에서 살아가게도 했는데 그러다 힘든 시간 힘든 사람들을 어쩌다 맞닥뜨리게 되면 나는 착한 척하다 만신창이가 된 채 몸이 아플 지경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힘을 내어본다. 사실 남자들과 하는 검도는 밀기는커녕 버티어내는 것조차 힘겹다.
오로지 내 몸의 힘 정신력을 끌어올려 내가 여자고 키가 작고 힘이 없고를 떠나서. 순수한 내 힘으로 튀어나가 보고 내쳐보았다. 그럴 때 악에 받친 순수한 소리가 나온다.
두 몸이 깡 부딪히고 떨어지면서 힘의 작용 반작용이 생겨서 다이내믹해졌다.
나도.. 속절없이 밀리기만 하지 않을 수 있구나.
맞더라도 쳐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연습일 뿐이나,
이 버텨내 보는 경험.
쎄게 치고 나가서 힘으로 겨루기 해보는 이 경험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
늘 이기려고 하는 마음도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나
나처럼 늘 배려하고 맞아주는 그리고 뒤늦게 회복이 힘들 정도로 후폭풍을 겪어야 하는 마음도 능사는 아니(라는 걸 힘들게 배웠다)라는 것을
잘못된 사람들 앞에 무방비하게 서 있으면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검도를 만나고 이렇게나마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해본다.
아직은 힘들다.
검도에서는 기싸움을 한다.
그것조차 안된다.
너무 편하게 나를 내어 보이는 게 나의 기질이기에
그래도 검도, 검의 길.. 한 번 걸어가 보아야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조금씩 완성되어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