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차분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지금 내 시간이 너무 좋다.
2035년 8월 1일, 아침 5시
일어나서 커피 한잔을 내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다. 비릿한 바다 냄새, 내 고향 부산역에 내리면 항상 맡던 그 냄새를 집에서 맘껏 마시고 있다. 바다 앞에 지은 이 집은 내가 15년 전 자카르타에 있을 때 그렇게 열망하던 나의 꿈이다. COVID 19로 온 세계가 너무 힘들던 그때, 나는 인간관계로 많이 힘들었었다. 그리고 경쟁이라는 틀에서 자유롭고 독립되고 싶었다. 그때부터다, 나의 목표가 회사의 승진, 돈의 소유가 아닌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꿈을 꾸려고 노력했던 것이.......
그중 가장 큰 목표가 귀촌을 해서 내 집을 짓는 것이었다. 자급자족이 일부 가능한 내 집,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 손주들에게도 힘들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그런 집 말이다. 이 꿈을 나는 꿈 꾸고 난 후 정확히 10년 후, 56살에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이 꿈을 꿈꾼 후부터 차근차근 돈을 투자해 현재 아파트를 놔두고 여기에 이런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없더라도 땅은 계속 알아보고 있다가 50에서야 여기를 발견하고 조그마한 땅을 마련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59세로 우기고 있지만 3달만 지나면 꽉 찬, 빼도 박도 못하는 환갑을 맞이한다.
요즘 나의 하루는 이런 루틴이다.
5시 기상,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5시 반 집 근처를 한 바퀴 돌며 날씨를 즐긴다.
6시 반 아침을 간단히 먹고 7시 텃밭을 가꾼다. 하루에 1시간 내로 가능한 일로만 한다. 무리하지 않는다. 들어와 샤워를 하고 사장님 모드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9시부터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 서점을 정리한다. 창과 문을 활짝 열고 지난밤 냄새를 날리고 상쾌한 아침 냄새를 서점에 불어넣는다. 먼지를 털고 닦으며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10시 서점을 연다. 아침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 단골손님 위주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을 위해 가끔씩 뜨개질이나 캘리그래피 배우기 등의 이벤트도 진행하곤 한다. 조금 더 여력이 된다면 책 읽기 모임을 매주 1회 개최하고 싶다.
10시, 아침에 구운 따끈따끈한 빵이 배달된다. 아직은 내가 빵을 만들 여력이 없어 동네 빵집에서 매일 조금씩 받아오지만 조만간 내가 만든 몇 가지 종류의 빵으로 채워가는 것이 목표다.
책을 팔고 커피를 팔고, 글을 쓴다. 40대 후반 만든 나의 3가지 키워드는 아직도 지겹지 않고 여전히 내 시간의 중심이다.
오후 6시, 서점을 닫고 청소를 한다.
오후 7시, 나의 작은 집에서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소소하고 차분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지금 내 시간이, 내 장소가, 내 일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