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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점 Nov 27. 2019

아버지에게 받고 싶었던 편지

with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지는 우리 형제에게 이메일을 만들어 주시고는 기념으로 메일 한 통씩을 보내주셨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영어를 잘해라,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성적이 높을수록 아버지 기가 산다, 힘들게 번 돈을 의미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등등의 말씀이셨다.


메일을 받고 한참 뒤에 아버지께 왜 공부를 해야하나, 어떻게 공부하면 영어를 잘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드렸더니 따뜻하게 보내신 메일의 말투와는 상반되게 들려오는 큰소리는 아버지와 학생이었던 나 사이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 되어버렸다.


직장을 갖게 된 지금은 큰소리로 채워졌던 부자간의 일방적인 대화에서 서로의 직장생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얘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나는 학생시절 가졌던 일방적인 소통방식에 대한 불만을 이제와서 표출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아버지가 이해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등바등 살 수 밖에 없었던 환경, 가지고 있는 재산과 빚 그리고 무엇보다 학업을 일찍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 등이 지금의 아버지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현실과 이상이 적절히 섞인 조언을 바라는 자체가 욕심이었다. 그가 나만할때 겪을 수 없었던 이 세상은 수많은 여진으로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내게 어울리는 적당한 답과 목표는 내가 찾아야 함을 깨닫는 데는 꽤나 오래 걸렸다.


항상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명확하지 않은 질문과 수없이 떠오르는 대처방안은 멘토의 조언을 갈망하게 했다. 그런 이유로 책을 들여다 보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를 만났다. 이 책은 아버지가 두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 편지를 엮어낸 책이다.

공부의 목적은 사회에 온전히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세상에 유용한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전에 들었을 지도 모를 이 한문장이 내게 확 와닿은 이유는 이 말을 아버지에게 듣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여기서 다룬 내용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조금은 여유있게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간격을 주었다. 멀리서 보니 오히려 더 명확해지는 질문들이 나만의 답을 정하는데 편하게 만들었다.

조금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추구하는 답을 확인시켜주었다. 컴포트존(comfort zone)에서 머무르는 어른들이 하는 조언은 내가 틀렸고 나의 답대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안하게 했다.


책의 저자인 우쥔은 한마디의 조언에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아끼지 않았으며, 두 딸의 과거 경험부터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세세히 기억하면서 두 딸이 공감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 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라떼는 말이야'스러운 충고가 아니다. 그의 말들은 일기를 읽는 느낌을 주었다.


함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가난'과 '돈'에 관한 태도이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난을 대표하는 몇몇 단어에 화가 많이 났다. 돈이 전부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한 애들이 가지는 생각과 말이 너무 마음아팠다. 나는 내게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왜 노력으로 가난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까'. 나도 안다. 미친 생각이었다. 이런 내 생각이 요즘 초등학생 사이의 그 험악한 유행을 자행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건 아닐까 겁이 났다. 공감과 경험의 부족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은 절대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혜에는 빈부의 차이가 없고 가난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인생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빈약한 지혜를 인정한다.


보통 뭐가 하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 건물주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우스겟소리의 대답을 종종 듣는다. 학생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저 대답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돈을 버는 직장인의 입장이 되니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 이라고 세계에서 돈에 있어서 가장 여유로운 워런 버핏이 말했다. 그가 말하기에 아주 적절한 말처럼 보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게 딱 맞는 말이었다. 대학생 때 아버지의 빵빵한 서포트 덕분에 무엇이든 열중할 수 있었으며, 작은 성공을 얻기 위해 많은 실패비용을 지불해도 나는 여유가 있었다. 결국 돈은 내가 얻고자 하는 그 무엇과 연결해주는 매개체일 뿐 많이 가져야만 하는 일종의 물질이 아니었다. 현재 받고 있는 월급은 돈을 물질로 보이게 했고 내 생계는 그 물질에 욕심을 내게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잘못된 개념을 깨뜨려주었으며, 저자의 적절한 경험들은 현재 직장인인 내게 돈에 대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간격을 선물해 주었다.


이밖에도 인문학, 음악, 지루한 연습, 리더였던 아버지의 경험 등 성공한 아버지의 수많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참고로 그도 찢어지게 가난했던 삶을 살았던 인간이었음을 생각하며 읽으면 라떼가 말이되는 지루한 멘토는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내게 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어쩌면 내가 간절히 받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할 말과 글을 써준 멍신과 멍화 두 딸의 아버지 우쥔에게 감사를 표한다.

It's nice to be great, yet it's great to be nice. 나도 이런 아버지가 되길 바라며..

ps. 이 책의 모든 부분을 나누고 싶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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