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진 Nov 05. 2020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를 마치며...

에필로그


*이 글은 2020년 11월 11일 출간되는 제 에세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의 에필로그입니다.




출간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잖아. 그런데 꿈이 없는 사람들은 어쩌지? 그런 분들은 전혀 공감 못 할 거 같아....”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차분하게,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습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없어!”


꿈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늘어놓고선 이제 와 다시 멍청한 이야기를 꺼낸 제게 아내가 일침을 가한 겁니다. 누구든 마음속에 묻어둔 꿈 하나는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해 놓고, 이런 질문을 다시 꺼내 든 제가 스스로도 어이없었습니다. 짧은 대화에서 다시금 깨달음을 얻으니 꿈에 대한 제 이야기가 쓸모없을 거란 걱정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꿈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고역이겠죠.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꿈은 그 자체로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고 싶다든가, 단풍으로 곱게 물든 길을 걸어보고 싶다든가 하는 나만의 소박한 꿈이 분명 있을 겁니다.


자연스레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남매는 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이 말씀을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우리 집만 생기면...”, “큰 집으로 가면...”, “어서 빨리 집 사야지...” 어머니의 꿈은 소박하지만 그리 힘들다는 내 집 마련이었습니다.


몇 달 전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토록 원하시던 새집에 새로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두 분 모두 칠순 언저리에 드디어 전셋집이 아닌 내 집이 생긴 것이죠.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바닥에 비닐을 깔고 채 빠지지 않은 새 집의 탁한 공기와 함께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분명 공사의 여파로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는데 어머니는 괜찮다고만 하셨습니다. 얼굴에는 신이 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몇십 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어머니에게 그 정도 새 집 증후군은 새집의 향기쯤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어머니는 늘 꿈을 찾아다니셨습니다. 자식들에게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제빵 학원에 다니셨고, 키우던 강아지 미용을 직접 해주고 싶다며 충무로의 애견 미용 학원도 다니셨던 기억이 납니다. 2년 전 즈음부터 여동생 가족이 중국에 머물게 되자 손주 보러 가신다며 중국어 공부를 하시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결국 작년에 가셔서 훌륭히 한두 마디를 하고 오셨다 합니다.


최근엔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아버지를 생각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하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다시 꿈을 꾸게 된 어머니의 모습에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나이가 더 든다 해도, 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진다 해도, 하나만큼은 분명할 것 같습니다.
쉬지 않고 꿈을 찾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