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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Oct 25. 2020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프롤로그


*이 글은 2020년 11월 11일 출간되는 제 에세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의 프롤로그입니다.




오늘도 포기하고 싶은 일투성이입니다.


끊임없이 마주하는 해야 할 것들, 열정이란 이름 뒤에 교묘히 숨어 나도 모르게 강요받고 있는 일들, 나를 점점 지쳐가게 하는 꿈을 향한 여정,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학업, 직장 생활, 인간관계, 육아, 나와의 싸움 등 포기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찬 일상입니다.


내가 지금 포기할까 망설이고 있다면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감정이 배제돼 있는 존재,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면 이런 마음은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내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포기할까 망설이고 있는 지금이 바로 꿈을 이루기 직전의 순간일지 모릅니다. 꿈이라는 녀석은 현실이 되기 직전의 순간이 가장 길고 가장 어둡습니다. 끝나지 않을 슬럼프 같기도 하고 내 길이 아닌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킵니다.


널리 알려진 이런 훌륭한 말이 있습니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이 끓지 않는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미 현답이 있는데 다시 우문을 던져봅니다.


"꼭 100도로 끓어야만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렵게 찾아낸 나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마지막 1도를 끌어올려 내 열정과 꿈이 만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보다 짜릿한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꿈 ‘때문에’ 지금 내가 너무 괴롭다면, 포기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겁니다.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어도 꿈 ‘덕분에’ 버텨내고 견뎌낼 수 있다면 나아가는 것이 맞지만, 꿈이 나를 너무 어렵게만 한다면... 말이에요. 언젠가부터 '덕분에'가 '때문에'로 바뀌었다면 말이에요...


참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던질 수 있는 까닭은, 꿈이란 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이, 장소, 내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묻어둔 꿈 하나는 분명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만 떠올려 봐도 그렇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저의 첫 꿈은 과학자였어요. 하지만 그 뒤로 셀 수 없을 만큼 꿈이 바뀌었습니다. 꿈이 아예 사라져 버린 시간들도 꽤나 길었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고 나서 보니 어느 날은 비행기 조종사를 해볼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으니까요. 또 어떤 날은 운동선수를 할걸, 배우를 할걸, 의사를 해볼걸...


지금은 내가 꾸고 있는 이 꿈이 전부이고 다른 건 없을 것 같지만, 또 살아가다 보면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꿈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00도까지 끌어올린 나는 꿈이 현실이 되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90도의 물은 커피를 내리기에 가장 좋습니다.

그 유명한 이연복 셰프의 멘보샤는 60도에서 튀겨야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하죠.

40도는 신생아에게 분유를 먹이기 가장 좋은 온도입니다.

사람이 면역력을 유지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약 20도입니다.


뜨겁게 타오른다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게 알맞은 각자의 온도가 있습니다.

나를 가장 적당하게 데워 줄, 혹은 식혀 줄 나만의 적정 온도가 있습니다.


포기할까 망설이고 있다면 한번 선택해 볼까요.

마지막 남은 1도를 더 끌어올려 불태울지,

너무 뜨거워 내 꿈에 방해가 되니 조금 식혀볼지를 말이에요.


포기하지 않는 것은 멋있습니다. 내가 정한 길로 당당하게 향하는 나의 모습엔 찬사가 쏟아집니다.

빠른 포기는 오히려 좋습니다. 그 힘을 다른 곳으로 모을 수 있으니까요.


최악은 오래 망설이기만 하는 것입니다.

망설이다 그대로 끝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나요?

언제부터 망설여 왔나요?

언제까지 망설이려 하나요?


포기할까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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