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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Nov 19. 2020

내 책을 집어 드는 독자를 처음 만나는 일에 대하여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진열대 위의 제 책을 만나러 대형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퀄리티 높은 책들 사이에 끼어있는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가 조금은 초라하고 자신감 없게 놓여 있는 것 같았어요. 초조하게 서있는 제 모습처럼 말이에요. 


한동안 매대의 제 책을 드는 사람이 없자 이런 마음이 파고들었어요. '포기할까...'⠀


그런데 그때였어요. 숭의여고 패딩을 입은 학생이 제 책을 집는 거예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목차를 찬찬히 보고 첫 글을 읽어 내려가더니 이내 탁, 책을 내려놓았어요. 그 짧은 순간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느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왜 책을 집었는지, 또 어느 부분에서 내려놓았는지 정말 알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 책을 지은 작가인데요, 실례가 아니라면 하나만 여쭈어봐도 될까요?"

학생은 '이 아저씨는 뭐지?'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지만 밝게, 또 짧게 "네"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토록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지만 학생은 낯선 사람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듯 제대로 된 대답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거푸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습니다.⠀


제 책을 집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은 그 무엇보다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네요. 포기하고 싶다가도 그 한 번의 손길이 저를 일으켜 세워주네요. 


오늘 우리가 내미는 하나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부지런히 다른 서점으로 향하려고요. 부족한 제 책을 집어준 학생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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