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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Nov 22. 2020

내 꿈이 이것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2쇄를 준비하며 든 생각


내 꿈이 아나운서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꿈을 알리길 주저했던 이유는 내가 너무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소심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하면 돌아오는, 약간의 비웃음과 진정한 의문을 담은 그 대답, "네가? (네 주제에?)"를 듣기 싫었다. 물론 비웃음은 없었는데 내가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 이상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만큼 노력한 뒤에는 내 꿈이 아나운서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녔다. 너 같은 아이가 아나운서가 될 수 있겠냐는 반응이 돌아와도, 후회 없이 내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그런 반응에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조금이라도 게을리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스스로 움츠러들었을 거 같다.


내 꿈이 무엇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걸맞은 사람이 돼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영혼을 잔뜩 갈아 넣어야 한다. 그래야 소위 '쪽팔리지' 않을 수 있다.


꿈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꿈만 말하고 다니면 아마 스스로 자괴감이 느껴질 것이다. 겉으로는 무언가 있는 척하며 말해도 아직 내게 자격이 없다는 것을, 내가 한 것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가 멋있어 보인 적이 있었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해보지 않은 채로, 심지어 관심도 없다 불쑥 잠시 끌려 저것을 해보겠노라고 떠들고 다녔다. 역시나 며칠 뒤 언제 그랬냐는 듯 파일럿은 생각나지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말할수록 창피했으니까. 그건 꿈이 아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멋진 풍경일 뿐, 손수 지어야 할 내 집은 아니었다.




내 꿈이 무엇이라 당당히 말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룬 것이 많은 사람이다. 꿈을 말함에 있어 창피함이 없다면 이미 대단한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물어봐도 신나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벌써 보이는 듯하다.


스스로 창피하지 않은 순간이 오면 누가 내 꿈을 비웃는다 해도 이렇게 받아칠 수 있다. "그러는 너는? 나처럼 이렇게 미친 듯이 한 번이라도 노력해봤니?"


지금 내가 다시 품기 시작한 이것도 마음껏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그 꿈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으니까. 걸맞은 사람이 되지 못했으니까. 조금 더 해보고 나서 그날이 오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여 마음속 깊은 곳의 이 꿈을 이루지 못하면 어떠랴. 내가 다시 한번 죽을 만큼 노력해 성장한다면 그걸로 족할 수 있다. 당당히 말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 그게 무엇이라도 이미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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