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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Dec 02. 2020

그저 계속 써보는 것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출간 3주 차의 끼적임


생애 첫 출간 후 2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이 책에 사인을 하고 지인들에게 연락해 책을 보내고,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처음 며칠 동안은 벅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주요 서점의 진열대에 내 책이 올라가 있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서점들을 돌아다녔다. 내 책을 집어 드는 독자를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고, 지저분하게 구겨진 책을 만나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책이 잘 팔려 판매지수가 올라가는 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는 희열을 느꼈고, 대형 서점의 판매 순위가 추락할 때는 끊임없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4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수많은 감정들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출간 후 정확히 3주가 되었다. 첫 2주 동안이 가장 중요한 기간이라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에 후회 없이 움직였다. 사실 11월엔 인생의 큰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었다. 출간은 두말할 필요 없이 내게 가장 큰 이벤트였고, 코로나 19로 미뤄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 역시 내게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장 큰 방송이었다. 거기에 10년이 넘어 이제는 고장 난 것투성이인 보금자리의 인테리어도 진행했다. 출간, 방송, 이사 및 인테리어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몸이 하나로는 부족했다. 올라오는 수많은 감정들을 쳐내면서 밀려오는 해결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려보니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돼있었다.


숨 가쁘게 흘러간 11월을 뒤로하고 12월이 되니 뭔가 허탈함이 느껴진다. 1년에서 10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온 것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나니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이다. 이제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책의 홍보는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 신간이라는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함이 쌓이고 있다. 한 해동안 이어온 주된 방송도 내년 3월까지 휴식기를 맞이하니 처음엔 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좋았지만, 조금 쉬고 나니 또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몸이 근질근질하다. 말끔하게 바뀐 새집에 들어가는 기쁨을 누릴 일이 남아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새것이 아니고 일상의 일부분으로 들어오기에 벌써부터 괜한 맥 빠짐을 경계하고 있다.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가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며 2쇄에 들어간 기쁨도 잠시, 또다시 나는 무언가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그 해답을 또 찾기 위해 방황에 들어가는 것 같다. 책 속에는 거창하게 그냥 쉬라고 이야기하고 스스로도 다짐했지만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코로나 19라는 녀석 때문에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은 다시 떠돎을 부추기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내가 떠올리는 해답은 역시 하나인 것 같다. 또다시 창작의 고통을 짊어지는 일이 벌써부터 버겁지만, 그 정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인 듯싶다.


아픔이 너무 커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날.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방법이 하나 있다.

그저 살아가 보는 것, 그것 하나면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중에서




내가 쓴 내 글인데도 잊고 있었다.

내쓴내글에서 해답을 다시 찾았다.


그저 계속 써보려 한다.

그저 계속 써보는 것,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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