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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n 12. 2021

부부 사이에서 쓰면 안 되는 이 단어

두 종족 간의 금기어


부부 사이엔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뇌구조와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 두 종족이 함께 하는 것이고, 하루 이틀 함께 사는 게 아니라 평생을 같이 살기 때문이다. 신혼 시절을 제외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우리 부부는 모든 게 너무 잘 맞아요."라고 하는 사람보다 "아내(남편)와 저는 맞는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의견 대립은 있게 마련이다. 싸움도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부부 사이에 서로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단어 중 하나는 '맨날'이다. 싸움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부부 싸움은 늘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맨날'을 포함한 대화의 흐름은 이렇다.


"여보는 이거 맨날 제자리에 안 두더라?"

"내가 언제 맨날 그랬어?"

"자주 그러잖아."

"그러니까 맨날이 아니잖아."

"내가 하려는 말이 그게 아니잖아."

"내가 맨날 그런다며? 아니거든?"


여기서부터는 지기 싫어서 단어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다 폭발해 큰 싸움으로 번진다. 그쯤 되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무엇이 그토록 자신을 흥분하게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싸움의 주제는 중요치 않아진다. 말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맨날'이라는 단어를 '가끔'정도로 바꿔보자. 물론 굳이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지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말이다.


또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서로에게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어 말을 걸어올 때 "나도"라는 말은 하지 말자.


"아 피곤해"

"나도..."

"......."

피곤하다 한 사람이 할 말이 없어진다.


"아 피곤해."

"에구...... 많이 힘들었어? 오늘은 내가 하연이 밥 먹일게. 잠깐 쉬어."

"아니야. 괜찮아."


힘들다, 피곤하다, 어렵다 등의 말에 "나도"라고 반응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위로를 주지도 않고 나 스스로도 위로를 얻을 수 없다. 그저 유치한 표현일 뿐이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나도 힘들어.'라는 좁은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또 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훈수 두는 것이다. 아내가 평소 잘 못하는 '정리하며 요리하기'에 대한 훈수를 두다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반대로 내가 평소 잘 못하는 '조리기구 상하지 않게 설거지하기'에 대해 훈수를 들어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다. 뭐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훈수는 금물이다. 그저 격려해주면 된다.


쓰고 나니 참 유치뽕짝이다. 어쩔 수 없다. 부부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한마디 칭찬에 날아갈 듯이 기쁘다가도 의미 없는 한마디 말에 기분 상하고 틀어지기 마련이다. 모든 말을 예쁘게 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이거 하나만 해보자. 극단적인 언어 표현만 빼보는 것, 무언가 하려 하는 사람의 의지를 꺾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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