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실종예방교육

by 라파고


나는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해외 배낭여행은 물론이거니와, 기차여행도 혼자서는 가본 적 없다. 그런 데 혼자도 아니고 6살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를 간다니.. 항공권 결제내역 문자가 올 때도 별 생각이 없었으나, 뒤 이은 예약 안내 문자에서 '00시까지 공항 도착, 체크인을 어떻게, 보딩 타임은 출발 00분 전부터,,' 내용을 읽어보는 순간에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진짜 가는구나. 가족 여행에서 원래 내가 많은 부분을 준비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계획짜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계속해서 불안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예상한다는 것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의 이동경로, 각 경로별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들, 돌발 상황 해결을 위한 준비물들. 돌발상황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의미하는데, 돌발상황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돌발 상황을 예상한다기보다 예방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물론 여행에서 예쁜 옷도 중요하고, 좋은 숙소 그리고 맛집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바로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준비였다.


아이 손을 꼭 잡을 한 손은 비우기

그리고 실종유괴 예방 교육하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손으로는 아이 손을 잡고 있을 수 있도록 가방의 종류를 선택한 후에 짐의 양을 결정했다. 캐리어 1개, 백팩 1개, 슬링백 1개. 슬링백에는 지갑, 휴대폰, 아이 등본, 손세정제를 넣었고 백팩에는 보조배터리, 셀카봉, 휴대용 소변통을 넣었다. 그 외의 짐들은 모두 캐리어에 넣었다. 백팩과 슬링백을 매면 한 손으로 캐리어 하나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손을 꼭 붙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아이에게 교육을 시켰다.


아빠 손 안 잡고 혼자 막 달려가면 안 되는 거 알지?

아빠는 항상 하랑이 주변에 있으니까, 아빠가 안 보인다고 찾으러 다니면 안 돼. 아빠가 올거야!

하랑이 목걸이에 아빠 전화번호 있지? 아빠가 없으면 주위 어른들한테 전화해달라고 해야 해.

모르는 사람이 아빠 있는 곳 안다고 같이 가자고 해도 가면 안되는 거 알지?

과자나 사탕 준다고 같이 가자고 해도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돼!


굳이 엄마 없는 여행을 간다고 설레발을 쳐서, 평화로운 아이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언젠가는 해야 할 교육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내년에라도, 여행이 아니라도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교육이었고, 하랑이는 고맙게도 담담하게 끄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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