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의 대처법 1
나는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러닝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러닝을 하기 전에는 대련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복싱, 킥복싱, 검도, 펜싱 등 상대방을 이겨야만 하는 운동을 했었지만 그 운동들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뿐 막상 대련의 순간이나 링 위로 올라가는 순간에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즐기지는 못했다. 많은 시간들을 대련 운동을 통해서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거기서 쌓은 기초 체력으로 러닝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러닝을 시작하면서 안 좋은 습관도 생겼었다. 바로 러닝 후 한잔씩 마시던 술. -어쩌면 러닝을 시작한 게 알코올 중독으로 가게 되었던 건 아닌지, 약간의 지분을 러닝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타인과 우열을 겨루고 승패를 다투는 것은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삶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거대한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 경쟁사회에서 웃음을 유지해야 하기도 하고 괜찮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괜찮지 않음을 표현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가지 각색의 상황 속에서 각자가 만든 가치관의 세계들이 존재한다. 나에게는 나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를 대할 때 엇갈림이 발생하고 그 엇갈림은 커다란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타인에게 상처받은 나보다는 상처를 주고 나 스스로 좌절하는 게 더 두려웠다. 어쩌면 그 자체가 상처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나의 칼은 칼집도 없고 손잡이도 없는 칼이었다. 칼을 멋대로 휘두르고 상대방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나 스스로도 상처를 입는. 청동기 시대의 칼도 이렇진 않았으리라. 알코올 중독이 가장 심했던 시기. 나는 혼자 취해 차가운 마루에서 쓰러져 펑펑 울며 눈물도 닦지 못했다. 신체를 괴롭히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외로움을 이겨나갔다. 외로움은 질병으로도 죽이지 못하고, 나의 역사로도 넘어뜨리지 못했으며, 끊임없이 반복해 왔던 거짓말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1년간 상담을 통해 나를 벗기고 책을 통해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은 괴로운 체험들에 대해 조금은 무감각 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첫 번째, 나는 나에게 발생하는 괴로움과 상처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고 나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과 다른 생각, 다른 선택,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기에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조금은 잘 견디며 살아간다.
두 번째, 그 상처라는 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갔다. 내 상처는 도피해야 하고 모른척해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닌 나의 지문이라 인식한다. 그 지문은 내가 무언가를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견들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작용할 것이고 나라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구분하는 명확한 자료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지금 내가 좋은 성과를 내든 못 내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간에 이 세상에서 ‘나’는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한다.
시련 때문에 삶이 왜곡되거나 일부 와해되더라도 살아 있기 때문에 지난날을 잊고 새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것, 또 그 소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느낀 인생의 모습이다. 고통을 느끼는 누군가가 글을 읽으며 삶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믿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