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의 일기 1
많이 바쁘고 성과가 낮은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 흔히 말하는 현타라는 게 오게 된다. 나의 낮은 성과에는 정확한 이유가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스스로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번에는 단점들을 잘 보완해야지라고 다짐하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단점을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단점을 극복하려다 내 장점을 잃어버릴 때도 많다. 그렇다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결국 스트레스받는다. 내가 놓쳐버린 것들은 나의 단점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은 똑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하려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의 며칠 동안 있었던 힘들었던 마음들이 시간을 거치며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지나갔다는 게 내가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기에 오늘은 일기처럼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처음 내 단점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분노하게 된다. 그게 타인이던 나 자신이던 그 분노를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혼잣말로 구시렁구시렁거리며 한숨을 자주 쉰다. 그러다 그 단계가 얼굴과 몸에 표현되기 시작한다. 바로 우울감이다. 우울감은 물에 젖는 듯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다. 어떤 물체가 마음에 툭하고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수건에 물이 젖듯이 조금씩 스며든다. 우울의 원인이 된 일과 전혀 관련 없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가령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을 산다던지. 갑자기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다던지.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며 스스로에게 협상을 한다. 나의 우울함은 이걸로 끝날 거야. 혹은 너에게 응원을 받고 싶어라는 직접적인 신호들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온몸을 적셨던 우울감을 직접 손으로 짜고 볕이 좋은 곳에 마음을 널었을 때 내 우울의 단계가 끝났다는 것을 수용하며 끝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한낮인데 어두운 방'이라는 소설이 있다. 스스로도 몰랐던 어두운 방에 갇혀있던 주인공이 방에서 나와 독립된 자아로써 발전하는 모습. - 소설 내용은 이렇지 않지만 내 나름의 해석만 적어보았다.- 어쩌면 우울증이라는 것은 나 스스로 발견하기 전까지 깊고 깊은 방에서 어둠만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나의 우울증 역시 해결하지 못한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다 시 한 편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오늘은 이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모두 평안하시길.
회복기의 노래 (시인 한강)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