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시작될 때,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흘러들어온다.
세 번째로 다시 찾은 한 편의 영화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속에서
비로소 내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밝게 웃으려 애쓰지만 마음 깊은 곳엔
언제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사쿠라.
그 영화 속에서 나와 사쿠라가 겹쳐 보였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입에서도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던 나 자신과,
그 모든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살아온 시간이
서서히 풀려나고 있었다.
지금껏 내게 일어났던 감정들, 그리고 앞으로도
일어날 감정과 마주할 줄 아는 내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반짝이지 않아도,
모두에게 인정받거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아도,
내가 나의 삶을 정직하게 살아내는 이 순간이
나를 충분히 아름답게 만든다.
그 마음을 살아낸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