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으로 떠나는 서유럽 한 달 살기
집순이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너 지금 어디니?”라고 물어볼 가치도 없으면 집순이란다.
한때 꽤 심각할 때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 곳도 갈 줄 몰라서 심리 상담까지 받기도 했다.
처음 혼자서 용기 내어 간 곳이 서울 광화문. 버스 타고 가는 내내 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혼자여행의 쓸쓸했던 기억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근데 어쩌다가 그 집순이가 홀로 일주일 뒤 출발하는 스페인 표 티켓을 덜컥 끊게 된 걸까?
때는 내가 7년을 몸담군 가게를 그만 둘 즈음이었다.
퇴근 후 유일한 기쁨이 밤늦은 남산을 올라가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별이 바닥에 쏟아진듯한 반짝이는 서울을 바라보는 것이었는데,
근 1년간 갑자기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나의 밤 산책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퇴사 후 맑은 공기에서 맘껏 산책하고 싶은데..!”
그간 산책 못한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내 평생 하지 않던 충돌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나는 스페인과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이다. 스페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어디에 있는 국가 인지, 표를 사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
아는 거라곤 겨우 대한항공 신규 출항 광고 속 바르셀로나가 전부였다. 창가 베란다에 휘날리는 스페인 국기, 붉은색 장미꽃 그리고 건축가 가우디의 고향 바르셀로나.
마지막으로 친척 동생의 소원이 가우디 건축물을 보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자그마한 기억들이 모여서 용기가 난 것일까?
나는 두려움 없이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끊었다.
처음에 나는 막연하게 포르투갈에 가보고 싶었다. 리스본이라는 이름도 예쁘고..
“그곳은 어떤 곳일까?” 하곤 생각이 드는 곳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막 친해진 친구로부터 20대에 혼자 유럽 배낭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포르투갈의 포르토가 가장 기억에 남아. 동루이스 다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포트와인.. 물가도 저렴하고 또 한적해서 분명 네가 좋아할 거야!”
친구는 행복한 미소로 그날을 떠올리며 내게 말했다. 어렴풋이 들은 그 한마디가 날 움직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쨌든, 처음엔 리스본과 포르토행 티켓부터 알아봤는데 한국에서의 출도착 시간이 애매하고, 또 비행기표 금액이 턱없이 높았다.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보고 뒤로 가기를 하듯, 연신 항공사 출도착 지를 바꿔 클릭했다.
“음, 그러면 가까운 바르셀로나를 가볼까?”
다시 얘기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대해 아는 건 가우디뿐이었다. 그순간‘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같은 붙임성은 어디서 난 건지, 곧바로 가우디를 검색해보았고 명소 중에 <구엘 공원>이 바로 눈에 띄었다.
“잘 됐다! 여기서 산책을 하면 되겠다. 그리고 간 김에 모두들 꼭 거쳐가는 꿈의 도시 프랑스 파리도 가봐야겠어.”
오리지널 크로와상과 마카롱이 있는 곳. 우리나라 디저트도 많이 발전했지만, 파리의 현지 디저트가 궁금해서 한 달 살기 여행 마지막 도시로 정했다.
그렇게 IN-OUT 결정을 마쳤다.
날 위해 떠날 기회도 주어졌고, 남은 돈 탈탈 털어 가는데도 혼자라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캘린더에 비행기 티켓 무료 취소 날짜도 체크해 두었다.
혹여나 언제든 떠나지 않기 위해..